고대 연금술사들은 돌멩이 같은 비금속으로 황금을 제조하려 했다. 어떤 물건을 만물의 기초가 되는 ‘근원물질(materiaprima)’로 바꾸기만 하면 금은보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금술사들은 소금을 근원물질의 원료로 지목하고 연구를 거듭했지만, 결국 금을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그 도전정신 만은 후대로 이어져 소금을 에너지로 바꾸는 ‘현대판’ 연금술과 각종 에너지 혁명을 가능케 했다.
◇고체 소금으로 친환경 원자로 개발
소금으로 전기를 만든다니. 믿기지 않는 말이나, 이는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지난 2010년 MIT 박사과정에 있던 학생들은 트랜스아토믹 파워(Transatomic Power)를 설립하고 고체 소금 용융 방식을 접목한 친환경 원자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폐연료봉을 원료로 활용할 수 없을지 고민하던 중에 이룬 쾌거다. 이 회사가 개발한 ‘폐기물 소멸 ‘용융염로(WAMSR)’를 이용하면 핵폐기물이 연간 4킬로그램으로 현저하게 줄어들고 증기폭발도 일어나지 않는다. 트랜스아토믹 파워는 520메가와트급 용융염로를 가동해 폐연료봉을 재활용하면 향후 70년 동안 미국의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앞선 기술력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려면 최소 10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다행히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는 투자자들이 있어 현금 유동성이 마를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피터 틸이 이끄는 ‘파운더스 펀드’와 기타 투자자들은 당장 수익을 거둘 수 없음에도 지난 몇 년간 이 회사에 600만달러를 지원해줬다.
소금으로 원자로를 돌리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쓰레기로 에너지를 만드는 업체도 있다. 지난 2007년에 설립된 펄크럼바이오에너지(Fulcrum BioEnergy)는 매일같이 배출되는 가정 쓰레기를 제트기 연료나 디젤 같은 저탄소 에너지로 바꾸는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 바이오 에너지에는 주로 식물이 쓰인다. 그런데 이 업체는 식물에 있는 탄소 성분이 에너지로 전환된다는 점에 착안해 쓰레기를 에너지로 환원하는 데 성공했다. 쓰레기가 에너지가 되면 여러모로 좋다. 화력발전보다 탄소배출이 적어 지구 온난화를 예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고 청정에너지와 관련한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펄크럼은 100만명이 내다 버리는 쓰레기로 연간 3000만갤런의 재생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이 회사는 기술력을 인정받은 덕분에 ‘2014~2015년 유망 바이오에너지’ 50위 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신개념 에너지 사업 갈길 멀어
이같이 신개념 에너지원을 도입하려는 노력은 기업의 수익은 물론 인류의 생존에도 도움이 된다. 네덜라드 출판업체 엘스비어의 에너지정책 자료에 따르면 원유와 석탄, 천연가스는 각각 35년, 107년, 37년 후에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석연료가 고갈되는 것도 문제지만, 화력발전소들이 내뿜는 연소가스가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재생 에너지가 전체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로 여전히 낮은 편이다.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78.4%를 점유하고 있는 화석연료와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수치다.
성장세가 주춤한 것도 우려감을 키운다. 재생 에너지정책 네트워크 렌21에 따르면 지난 2008~2013년 동안 세계 태양열 전지부문은 총 47% 성장했으나, 2013년 한 해만 놓고 보면 그 수치가 35%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 에너지 집결(CSP) 성장률은 48%에서 35%로 뚝 떨어졌고 풍력발전 성장세도 21%에서 12.4%로 반 토막이 났다.
재생 에너지 시장에 다시금 불을 지피려면 정부나 기업의 자금 지원이 잇따라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유럽연합(EU) 내 몇몇 회원국들과 각국 정부들은 세계 경기 둔화세가 이어지자 당초 계획과 달리 대체 에너지 지원금을 하나둘씩 삭감했다. 지난 2013년 재생 에너지에 대한 신규 투자는 2144억달러로 지난 2012년의 2495억달러에서 소폭 줄었다. 화석연료 지원금 5440억달러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렇다면 민간 부문에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투자 수익을 거두려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투자를 꺼리고 있다.
◇편협한 시야 탈피해야
이 같은 이유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지 못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적지 않다.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살아남지 못하는 게 이 바닥의 현실이다. 재생에너지라면 무조건 성공할 줄 알고 남들이 하는 사업을 비슷하게 따라 하는 풍조도 문제다. 투자전문매체 인베스토피아는 태양열 전지를 달거나 풍력 발전기를 세우는 데만 급급할 게 아니라 에너지 저장 · 관리 · 배분·컨설팅 사업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에너지 채굴 시스템업체 타치어스(Tachyus)의 성공사례를 보면 에너지 사업에 관한 우리의 시야가 얼마나 좁았는지를 알 수 있다.
타치어스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다 친환경 대체 에너지에 집중할 때 홀로 화석연료에 포커스를 맞췄다. 가장 넓은 시장인 만큼 수익성도 클 것이란 계산에서다. 타치어스는 고민 끝에 원유 시추를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끔 돕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들이 개발한 시스템은 물리학에 기반한 최초의 시뮬레이션 데이터 프로그램이었다.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어디를 시추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의 채굴이 제일 효과적인지를 알 수 있어 원유 생산량이 20~30%가량 늘어난다. 이런 기술력에 힘입어 타치어스는 벤처캐피털회사 파운더스펀드를 비롯한 투자집단으로부터 1300만달러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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