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로존은 좀처럼 경제 한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를 비롯, 채무 위기를 촉발시킨 국가들에게는 'PIIGS'라는 이름의 문제국 낙인이 찍혔다.
제로에 가까운 금리와 유례없는 양적완화에도 디플레이션의 우려가 가시지 않으며 경제는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유로화 가치는 12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말이라고 했던가.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스타트업 생태계가 갖춰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스타트업 본고장 실리콘밸리가 부럽지 않다.
◇그리스를 비롯한 유로존 문제국들은 경기 침체 속에서도 스타트업 생태계를 꽃 피우고 있다.(사진=로이터통신)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여전히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 협상을 진행 중인 그리스는 스타트업을 위한 인프라 측면에서는 여타 유로존 국가들을 압도한다. 스타트업의 첫 발을 떼는 인큐베이팅부터 자금 조달, 기술 허브 구축, 육성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이 같은 시스템 덕분에 콜택시 애플리케이션 '택시비트'가 세 차례에 걸쳐 670만달러를 조달할 수 있었으며, 인재채용 소프트웨어 기업인 '워커블'이 그레이록파트너스 등으로부터 750만달러를 투자받을 수 있었다.
국제경영지원기관인 인데버그리스는 2010년 16개에 불과한 그리스의 스타트업 기업이 2013년에는 144개로 늘었다고 밝혔다. 투자 금액도 50만유로에서 4200만유로로 폭증했다.
이를 두고 마리오스 벨리바사키스 그리스 외무부 무역상무관은 "그리스의 기업 생태계는 잠자는 거인과 같다"며 "거대한 잠재력은 모습을 드러낼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평했다.
구제금융을 3년만에 조기 졸업한 아일랜드도 스타트업에 있어서는 선두주자다. 수도 더블린은 낮은 법인세 등으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IT 거물들의 디캠프를 유치했다. 글로벌 엔터프러너십 모니터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아일랜드의 성인 11명 중 한 명은 스타트업에 종사 중이다.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PIIGS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리스 악재의 직격탄을 맞아 구제금융을 받게된 키프로스 역시 엔젤 투자자들의 활약으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다. 엑셀러레이터인 크리살리스립과 기업가정신지원기관인 주니어어치브먼트 등은 마이크로소프트, PwC 같은 기업들과 연합해 공동창업공간 제공을 통해 네트워크 형성을 돕고 있다.
높은 세율과 까다로운 자금 조달 등으로 스타트업의 불모지로 꼽히는 이탈리아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혁신형 기업 탄생을 유도하는 정책적 기틀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인큐베이터들이 늘어나고 있는 배경이다.
스타트업 초기 성장 전문가인 마이클 타이리모스는 "유럽연합이 2020년을 목표로 시행 중인 기업가 정신 촉진 행동계획을 고려하면 스타트업 열기는 유럽 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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