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황교안 국무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황 후보자와 삼성 유착 의혹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튀어 나온 '삼성 고위 임원 성매매사건'은 간혹 얘기가 나오기는 했으나, 국민들에게는 내막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2013년 2월 법무부장관으로 내정된 황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당시 청문회는 2005년 황 후보자가 지휘한 '삼성 X파일' 사건에 집중됐다. 1997년 여당 대선자금 지원에 대한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과 이학수 삼성그룹 비서실장의 대화내용이 사건의 줄기였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이 이번 청문회에서 꺼내 든 '삼성 고위 임원 성매매사건'은 '삼성 X파일' 사건 보다 6년이나 앞선 사건이다. '삼성 고위 임원 성매매사건'은 서울지검 북부지청(현 서울북부지검) 관할 내 성매매 포주들을 소탕하기 위한 수사에서 불거졌다. 연예인과 여대생들이 성매매자로 나선, 당시로서는 고급윤락 사건이었다.
당시 형사5부 소속이었던 김모 검사가 인지해 수사를 시작했다. 황 후보자는 형사5부 부장이었다. 수사가 계속되면서 포주 고객 명단에서 삼성 구조본부 소속 고위 임원 세명의 이름이 나왔다. 모두 재정담당 임원이었다. 이들 중 한명은 이건희 회장의 비자금 관리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그러나 포주들을 기소하는 선에서 끝이 났다. 삼성 임원들은 물론 성을 판 여성들도 기소되지 않았다.
사건의 내막은 김용철 당시 삼성그룹 법무팀장(변호사)의 회고록을 통해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저서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1999년(1500만원짜리 휴가를 받았는데) 회사 임원들이 연루된 연예인 윤락사건을 잘 해결해 주었다고 해서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김 검사가 임원 중 한명의 이름 마지막 한자를 잘못 읽었는데, 당시 삼성전자에는 김 검사가 잘못 읽은 것과 같은 이름을 가진 임원이 있었다. 그 임원을 당장 미국으로 보냈다"고 썼다.
이 회장 비자금 관리 임원은 일본에서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고 나머지 한 명은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데 동행해 직업을 삼성 임원이 아닌 모 중소기업 사장이라고 조작해 조용히 마무리됐다고 적었다.
실제로 삼성 임원들은 기소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피의자로 입건되지도 않았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김 검사는 9일 취재기자와의 통화에서 "포주들이 수사 목표였기 때문에 그 이외의 남자고 여자고 입건을 처음부터 안 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에는 지금과 같이 성매매특별법이 없었고 윤락행위 등 방지법이 있었지만 처벌하는 사회적분위기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황 후보자가 삼성과의 관계 때문에 임원들을 입건하지 않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현재 수도권 검찰청의 고위 간부로 근무 중이다.
그러나 의혹을 제기한 김 변호사는 최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할 말 없다.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온 세상이 보라고 책을 썼으면 충분하지 않겠나. 나보고 AS도 하라는 소리냐"며 여운을 남겼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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