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
삼성물산(000830)이 첫 번째 가처분 심문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앞서 지난 9일 엘리엇은 내달 17일 열리는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 합병 결의를 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어 지난 11일에는 삼성물산이 자사주 899만주(5.76%)를 우호관계에 있는 KCC에 매각한 것이 불법적인 자사주 처분으로 주주들의 의결권을 희석시킨다며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추가로 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 심리로 오전 11시부터 진행된 주주총회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과 자사주 의결권 금지 가처분 신청사건 첫 심문에서 엘리엇 측은 “이번 합병은 삼성물산 자체의 이익보다는 오너일가의 지배권 승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엘리엇 측 대리인은 “제일모직은 삼성물산과의 합병으로 충분한 시너지를 내기 어렵고 매출, 영업이익 등 수치로도 비교가 안 되는 회사”라며 “회사와 주주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합병비율 대로 합병이 진행될 경우 7조8000억원이 넘는 삼성물산의 가치가 제일모직 주주들에게 이전될 것”이라며 “결국 제일모직 지분의 50%를 넘게 보유하고 있는 삼성그룹 오너일가에게 상당부분 돌아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엘리엇 측은 또 삼성물산이 자사주 899만주(5.76%)를 KCC에 매각한 것에 대해서도 “KCC가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삼성물산 주식을 매수했다”며 “이는 KCC가 삼성물산 이사들의 위법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불공정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정당하고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합병을 진행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삼성물산 측 대리인은 “합병비율과 관련해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한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비율을 선정한 만큼 공정하며, 주가는 복잡하고 많은 요소들로 형성되는 것으로 엘리엇 측이 주장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가 과소·과대 평가됐다는 주장은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엇보다 주주권 행사를 이유로 다른 주주들의 정당한 의결권 행사 기회를 원천봉쇄 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며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주식처분금지 및 의결권 행사 제한 가처분 신청 관련해서도 삼성물산 측은 “주식매수청구 대금 활용 등 합리적인 경영판단에 따라 매각한 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심문을 끝으로 엘리엇의 신청을 인용할 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재판부는 “주주총회 소집 공고일이 다음달 2일로 예정돼 있는 만큼 1일 오전까지는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19일 엘리엇이 제기한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 소집 통지와 합병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 건에 대한 심문이 열렸다. 이날 심문을 마친 김용상 삼성물산 측 변호사(왼쪽)와 최영익 엘리엇 측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는 있다.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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