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 협상이 막판까지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서 그리스에서 뱅크런(대량예금인출)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 하에 그리스 국민들이 서둘러 예금을 빼내가고 있는 것.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 등 다수의 외신은 지난주에만(15~19일) 그리스 은행에서 빠져나간 금액이 약 50억유로(약 6조2674억억원) 규모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19일 단 하루에만 무려 2조원 이상 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유럽중앙은행(ECB)은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를 830억유로에서 841억유로로 상향 조정했다. 급한 불 끄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구제금융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 ECB의 긴급 수혈만으로는 며칠을 버텨내기 힘들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그리스 은행권이 통제 불능상태에 빠지면서 영업중단을 선언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주가 고비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그리스 중앙은행은 조속한 협상타결을 촉구하고 있다.
FT는 "예금 인출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조만간 그리스 정부가 예금인출을 제한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주 열린 유로그룹 회의에서도 협상이 부결되자 EU는 오는 22일 긴급 정상회의를 소집했다. 하지만 채권단과 그리스가 연금 삭감, 기초재정수지 흑자 목표치 등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협상 타결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협상마저 결렬될 경우, 디폴트 우려가 한층 고조되면서 그리스 정부가 결국 자본통제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그리스의 디폴트를 막기 위한 정치적 공조가 이뤄진다면 막판 극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아직은 남아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디폴트 이후 다음 시나리오인 그렉시트만은 막아야 한다는 독일 등 주요 채권단의 움직임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FT는 "그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득 될게 없는 독일 등 주요국 정상들은 결국 치프라스 정권과 정치적 대타협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알렉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오른쪽)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뉴시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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