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경영후계자들이 지난달 17일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열린 '제12기 차세대 CEO 스쿨' 입학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남궁민관 기자]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말이 있다. 오래된 격언이기는 하지만 최근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의 경영환경을 보면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을 세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쉴새없이 변하는 국내외 경제 상황에 적응할 뿐만 아니라 창업 당시의 가치와 노하우를 이어가며 기업을 존속시키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사업체의 99.9%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상당수가 1960~70년대 설립된 회사들로, 창업주의 고령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제조업 경영자 평균연령은 1993년 48세에서 2013년 52세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 중소·중견기업에서는 이른바 '가업승계'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잇따르고 있다.
가업승계란 기업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경영권과 소유권을 비롯해 경영자의 창업정신, 경영 노하우까지 후계자에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가업승계가 적절한 시기에 이뤄지지 못할 경우 경영자 고령화에 따라 투자 위축, 신기술 개발의 부진,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위험성이 크다.
이같은 측면에서 적기에 이루어지는 가업승계는 단순히 장수기업을 탄생시킬 뿐만 아니라 ▲수십 년간 안정적 고용을 유지하고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며 ▲장기간 축적한 고유 기술·경영노하우 계승을 통해 국가 경쟁력과 경제적 안정성 향상에 기여한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중소기업중앙회 가업승계지원센터, 중소기업청 등 관련 기관들이 나서 가업승계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꾸준히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은 세제지원 제도로, 지난해 증여세 과세특례 확대 등을 이끌었다. 이는 공제한도를 30억원에서 100억원까지 확대해 10% 저율과세(30억원 초과시 20%)를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업계와 전문가들은 가업승계 지원제도가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실질적으로 기업들이 세제 혜택을 받기가 어려운 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창호 가업승계지원센터장은 "지난해 가업승계로 공제혜택을 받은 기업은 70여곳에 불과하며 안타깝게도 혜택을 받지 못한 기업들이 많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소기업계 내에서 외연만 키웠을 뿐 요건이 까다로워 실질적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전승계를 위한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가업승계 지원제도는 사후승계, 즉 상속에 초점을 맞춰 지원을 펼치고 있어 사전증여에 대한 지원은 부족한 상태다.
이 센터장은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회사의 이름보다는 대표자의 이름을 통해 경영되는 경우가 많아 사후 승계 과정에서 회사가 존폐의 위기를 겪는 경우가 많다"며 "올해부터 증여세 과세특례가 확대되기는 했지만 이를 좀 더 보강해 사전에 승계과정이 착실히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고 설명했다.
또 여전히 가업승계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지난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상속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예로 들며 "가업승계에 대해 '부자 감세' 또는 '부의 대물림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여전히 많다"며 "하지만 가업승계는 근시안적 관점에서 바라볼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제혜택을 통해 장수기업이 탄생하면 장기적인 세수를 확보해 국가 전체에 이익을 준다"며 "특히 최근 정부의 가장 큰 국책 목표인 일자리 창출 역시 장수기업이 좋은 해결책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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