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프로야구 경기가 진행되는 서울시 야구장에 설치된 전광판과 펜스에 대해 앞으로는 연고 구단이 상업광고사용권(광고권) 우선협상권자로 먼저 협상하게 된다. 지난 2011년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다만 이는 2017년 시즌까지 적용되는 한시적인 조례다. 2017년 시즌 이후 다시 적용될 조례는 바뀔 가능성도 있다.
또한 연고 프로야구단은 먼저 계약 협상을 진행할 뿐 염가에 계약하도록 지원하는 조항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선협상권자라는 우월적 지위가 주어진 탓에 앞으로 시의 광고권 계약과정 공정성과 관련한 각종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시의회는 4일 오후 제262회(임시회) 7일차 본회의를 열고 '서울특별시립체육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통과시켰다. 65명 재적에 찬성 48표, 반대 6표, 기권 11표가 나왔다.
현행 조례에선 서울시 경기장 내 펜스나 전광판 광고권은 공개 경쟁입찰로 낙찰자와 낙찰액이 결정됐다. 이에 따라 잠실구장 광고권은 낙찰자인 ㈜전홍이 2014~2016년 매년 103억원을 시에 납부하는 조건으로 획득했다. 다만 목동구장 광고권은 지난 2008년 신설 구단인 ㈜서울히어로즈의 편의를 봐줘 조례의 단서 조항인 '부득이한 사정으로 수의계약을 하는 때에는 원가계산에 의한 금액으로 한다'라는 문구에 의해 시와 히어로즈와 수의계약을 매년 갱신했다.
개정 조례는 "다만 프로구단이 연고경기장으로 사용하는 경우 프로구단과 계약에 따라 사용료를 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프로스포츠단의 시장형성 기여를 인정해야 한다"는 스포츠계 주장이 반영됐다.
◇서울시 서남권 돔 야구장(고척돔). (사진=이준혁 기자)
◇넥센은 고척돔 협상시 적용 가능···두산·LG는 2017년 1년 적용
이번 개정조례안의 최대 수혜자는 ㈜서울히어로즈(2015년 시즌 기준 대외 구단명 '넥센히어로즈')다.
잠실구장은 현 광고권 대행 업체와 2016년까지 계약을 마친 상태라 개정조례안과 별개로 기존 계약을 깰 수 없어 2017시즌 1년만 적용 가능하다. 두산·LG는 2017년 한 해만 서울시와 야구장 광고권의 우선 협상이 가능한 것이다.
반면 목동구장 사용이 불가능해 내년 고척돔 이적이 유력한 서울히어로즈는 고척돔 사용을 결정할 경우 내년 시즌부터 바로 해당 조항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세간에 "이 조례 개정은 넥센을 위한 것"이란 평가가 많은 이유다.
2017년 이후 조례는 이번에 바뀐 내용을 그대로 이어갈 수도 있고 변경될 수도 있다. 확정된 바는 없다.
◇서울시의회 제262회 본회의. (사진=이준혁 기자)
◇프로야구단과 계약 과정의 적정성 논란 예상돼
이번 조례개정안은 향후 각종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서울시가 종전에 받던 낙찰가의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하고 프로야구단과 계약의 과정에 대한 적정성 등 여러가지 논란이 일 것임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단의 연고지 야구장 광고권 관련 내용이 표기된 항목은 개정조례안의 '상업사용료' 항목이다.
개정조례안을 발의한 문상모 의원(노원2 ·새정치민주연합)의 원안의 내용은 '매년 공개경쟁입찰에 의한 낙찰금액. 다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수의계약을 하는 때에는 원가계산에 의한 금액으로 한다'였다.
다만 이에 대한 대기업 특혜 논란이 거세지자 상임위(문화체육관광위)를 거치면서 일부 수정됐다. 첫 수정안은 '매년 공개경쟁입찰에 의한 낙찰금액. 다만 프로구단이 연고경기장으로 사용하는 경우 프로구단과 우선하여 감정가액으로 수의계약 할 수 있다'다.
이는 '매년 공개경쟁입찰에 의한 낙찰금액. 다만 프로구단이 연고경기장으로 사용하는 경우 프로구단과 계약에 따라 사용료를 정할 수 있다'로 확정돼 본회의에 상정됐고 본회의에서는 무리없이 의결됐다.
하지만 '계약에 따라 사용료를 정할 수 있다'는 애매모호한 내용의 문구가 논란의 불씨로 남았다.
현재 시에 낼 비용이 줄어 이득을 얻는 대상은 전부 야구단이며, 이중 2개사는 굴지 대기업 계열사다. 다른 1개사의 경우도 매년 선수들의 연봉을 가파르게 올릴 만한 여유가 있는 구단이다. 헐값에 계약시 잡음이 예상되는 이유다.
한편 개정조례안은 당초 지난달 30일 의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추가경정예산안(추경예산안)과 관련된 회기 지연으로 이날 처리됐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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