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 중개업소 '갑질' 횡포까지
"집 계약하려면 웃돈 달라"…세입자 어쩔수 없이 감내
2015-08-10 17:00:00 2015-08-10 17:06:10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전세난도 모자라 일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갑질'이 심해지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전세 물건이 귀하다 보니 법정 수수료를 내면서도 추가 수수료 등 불법적 요구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
 
10일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7월말 기준 5.67%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 2.99%의 두 배에 가까운 상승률이며, 지난해 전체 상승률인 4.86%를 이미 넘어선 수준이다.
 
도심권이나 강남권 출퇴근이 용이하거나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의 경우 상승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상계동 미도아파트 전용면적 87.57㎡의 경우 2년 전인 지난 2013년 7월 2억1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이보다 1억원이 많은 3억1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되기도 했다.
 
이처럼 전셋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데다 시장에 물건도 씨가 마르자 터무니 없이 가격을 올려 달라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심지어 중개업자들이 나서 더 많은 집세를 받게 해 주겠다고 집주인들 부축이기까지 한다.
 
수요자들은 법으로 정해진 수수료를 내면서 오히려 중개업소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36세)씨는 "중개업소에 9월 재계약이 다가오는 전셋집 재계약을 부탁했는데 알고 봤더니 주변시세보다 훨씬 비싼 것은 물론, 집주인이 예전에 이야기 했던 가격보다 더 높았다"며 "사실 관계를 확인했더니 중개업소에서 수수료를 10만원만 더 주면 보다 높은 금액으로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집주인을 설득 했다더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박씨에 따르면 다른 중개업소에서는 원하는 계약금에 매달 10만원 가량의 월세를 더 받을 수 있다며 다른 세입자와의 계약을 권유하기도 했다.
 
 
 
◇물량 부족에 가격 상승 이중고가 더해진 전세난으로 세입자들의 고통이 날로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개업소의 이런 횡포는 재계약 과정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중개업소의 웃돈 요구도 흔하게 벌어진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겨우 괜찮은 전세가 나와서 계약을 하려고 했더니 중개업소에서 찾는 사람이 많다며 수수료를 조금 더 줘야 선점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며 웃돈을 요구했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공급 부족에 따른 세입자들의 고통이 날로 커지고 있다.
 
서울 중랑구 S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를 찾는 사람이 많다보니 일부 업체에서 거래가 될 수 있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법적으로나 도의적으로 잘못된 거래인 것을 알면서도 이같은 일이 실제 일어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계약 시점에서 집주인들은 보다 높은 가격을 원하고, 중개업소에는 전세 수요자들이 많이 몰리고 있어 세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갈수록 공급이 줄어드는 전세시장에서 세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중개업소나 집주인들의 횡포에 울분을 토하는 수요자들의 한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네이버 카페 캡쳐 화면))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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