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 의혹 사건' 보도 통제 논란
"조사단 결정 전 관련 기사 쓰지 말라" 일방 통보
'소통 강조' 조희연 교육감 타격 불가피
2015-08-13 17:26:01 2015-08-13 17:26:01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감사관실 내부 갈등 문제와 관련해 진상조사단 중간결과 발표를 앞두고 언론 보도를 사실상 통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진보 교육감임을 강조하며 교육행정에서 민주주의를 꽃피우겠다고 선언한 조희연 교육감체제에서 벌어진 보도통제여서 파장이 간단치않을 전망이다.
 
시교육청은 지난 11일 다음날인 12일 오전 10시 브리핑을 통해 '감사관실 내홍과 관련한 조사단 결정'을 발표하겠다고 공지했다. 이와 함께 출입 기자단에 "내일 조사단 결정 발표까지 감사관 관련 기사는 쓰지 말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통상 공공기관에서는 중요 사건 수사나 조사 발표를 앞두고 보도시점 제한(엠바고) 협조 요청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보안 누설 등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극히 제한적이다. 절차적인 면에서도 말 그대로 일방적인 통보가 아닌 협조 요청이다. 
 
그러나 이번 시교육청의 공지 등은 협조 요청이 아니라 일방적 통보였고, 기사를 쓰지 말라는 이유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브리핑 내용을 사전에 정확히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엠바고를 정하고 의혹의 중심에 선 김모 감사관에 대한 보도를 포괄적으로 막은 것이다. 
 
당시는 김 감사관이나 김 감사관으로부터 성추행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감사실 여직원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었다. 김 감사관의 거취 결정이나 해직설도 나오고 있어 어느 때보다 민감한 상황이었다. 
 
시교육청 손성조 공보팀장은 이에 대해 "해당 브리핑 내용에 대해서만 엠바고를 걸어놓은 것"이라며 "감사관 조사위 발표 내용에 대해 직접적인 내용이 아니라면 가능하다고 유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출입 기자들은 "감사관 관련 조사 내용"이라고 이해했다. 공보팀장 말대로라면 시교육청 공보라인은 소통상에서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오전 10시까지 해당 감사관 관련 기사는 없었다. 
 
시교육청의 이번 행위는 자칫 통보에 불응할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더욱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권력에 의한 언론 통제로까지 보는 시각도 있다. 
 
시교육청 공보팀도 이 같은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손 팀장은 12일 "브리핑 할 내용에 대해 정확히 전달하고 엠바고를 걸었어야 했는데 사실 그러지 못했다"며 "조금 명확하지 않았던 엠바고였던 것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 뜻은 감사관에 관한 기사를 쓰면 안 된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시교육청의 모호한 소통방식이 문제가 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시교육청은 김 감사관을 G고교 감사에서 완전히 배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12일 발표에서는 이를 뒤집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김 감사관은 현장업무에서만 배제된 것이고 이번 성추행 사건 조사를 총괄 지휘하고 있다"며 "지난 기자회견에서 말한 '배제됐다'는 의미는 이것을 말하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미 하루 전 언론을 통해 김 감사관이 G고교 감사에서 배제됐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였다. 그나마 김 감사관의 감사 배제 보도가 나간 뒤로부터 이날 발표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시교육청은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 
 
G고교 사건에 대한 시교육청의 이번 대응은 학교 내 사건은 물론 교육청 자체 문제에 대한 대응 시스템에서 여러 허점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교육청 안팎에서 여러 사건이 잇달아 터지고 있는 가운데 시교육청의 관료주의적 인식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과 반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사진/뉴스토마토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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