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공급부족에 따른 역대 최장 전세난. 6년이 넘는 시간동안 전국 평균 전셋값은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시작된 전세난은 정부가 바뀐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두 정부가 전세난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런데 정부가 전세난을 막을 생각이 없다면?
지난해부터 매매시장이 호조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이 침체를 벗어나며 전국적인 상승세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분양시장은 광풍기미까지 보이고 있죠.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단지가 속출하고, 건설사는 신나서 상품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이같은 매매·분양 상승장의 기반이 됐던 것은 무엇일까요? 연이어 터진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 때문일까? 정책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지만 불씨 자체는 전세난에 의해 타올랐다는 것 중론입니다. 정책발이 아니라도 전세난으로 인해 일정 회복세는 가능했었다는 것입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전세난 해소를 위해 직접적인 액션을 보인 것은 없습니다. 전세보증금 마련을 돕겠다며 저리의 전세대출만 남발해 전셋값만 천정부지로 올렸죠.
세입자들이 그다지 원하지 않는 월세 관련해서는 무리수까지 뒀죠. 국토부는 월세화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정부는 뉴스테이를 추진하고 있죠. 뉴스테이는 중산층 월세주택입니다. 야권과 사회단체에서 기업특혜라고 비난했지만 전면에 나서 새로운 법까지 만들었습니다. 그 사이 건설사들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장사하기 좋은 환경에 대한 논하기도 했죠. 이 정도 열정으로 전세난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어땠을까.
국내 소득세 중에 전세 소득세가 있습니다. 3주택자 이상자가 보증금 3억원 초과하는 전세를 내줄 경우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입니다.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돈, 즉 빚을 소득으로 보고 세금을 부과하죠. 지금은 85㎡이하, 3억원 이하 주택은 주택수에서 배제되지만 2017년부터는 모든 주택이 주택수에 산정됩니다.
집주인의 의사결정이 시장을 좌우하는 전세시장 특성상 직접적이고 단기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세를 걱정하고 있다는 액션이라도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데 정부는 그마저도 하지 않습니다.
발칙한 상상을 해봅니다. 정부는 서민들의 고혈을 짜내는 전세난을 이용해 소유계층를 위한 매매시장과 건설사를 위한 분양시장을 먹여 살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 정부 집권 초기 대놓고 매매시장을 부양해 전세난을 잡겠다고 했죠. 이는 매매부양책을 조금만 펼쳐주면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을 매매시장으로 유도해 매매시장을 활성화 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었던 것 아닐까요.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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