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수출과 소비가 부진했던 탓이다. 일각에서는 다음 분기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제기되나 대체로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뚜렷한 개선을 확신하기 어렵다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개혁을 동반한 추가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17일 일본 내각부는 회계연도 1분기(4~6월) GDP 잠정치가 전분기 대비 0.4% 위축됐다고 밝혔다. 전망치인 0.5% 감소는 웃돌았으나 지난 분기(1.1%) 대비 악화됐다. 연율로는 1.6% 감소해 전망치인 1.9% 감소 보다는 선전했다.
이로써 일본 경제 성장률은 3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7~9월 분기 이후 가장 부진한 결과다. 특히 1~3월 성장률이 기존 1.0%에서 이날 1.1%로 상향 수정되면서 연초와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향 수출·개인 소비 부진
이번 실망스런 성적표는 소비와 수출 부진에서 야기됐다. 일본 경제의 약 60%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가 전분기 대비 0.8% 감소해 예상했던 0.4% 감소보다 악화됐다. 전문가들은 엔저로 식료품 등 물가 상승은 지속된 가운데 임금 상승은 이에 미치지 못해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다고 분석했다.
함께 발표된 자본 지출은 0.1% 감소했으며 외부수요는 같은 기간 0.3% 감소해 전월 감소폭(-0.1%)보다 확대됐다. 특히 아시아에서의 수요가 크게 흔들려 GDP 성장률의 0.3%포인트를 끌어내렸다.
특히, 수출이 같은 기간 4.4% 감소해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일본 무역진흥회(JETRO)에 따르면 미국 경기 회복으로 대미 수출은 크게 성장했지만 대중 수출이 11% 전년 대비 급감한 것이 수출 부진으로 이어졌다. 특히 중국향 완성차 수출이 두 자릿수의 감소를 보였다. 유가 하락에 따라 수입도 2.6% 감소했다.
쿠마 히데오 다이이치생명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위축된 소비와 함께 신흥·중국시장 둔화를 반영한 수출 감소가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고용 내에서는 긍정적인 신호가 제기됐다. GDP 내에 직원 보상은 여섯 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 기간 동안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총 임금은 0.7% 증가했다.
◇추가 부양 부담 커졌다
올해 상반기 동안에 분기별로 대조적인 움직임이 나오면서 하반기 성장률 전망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본은행(BOJ)는 일본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면서 연간 성장률 1.7%를 전망하며 낙관적인 시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물가가 다소 더디게 움직이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개선될 것으로 본 것이다.
정부의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본 경제가 하반기 2%대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 일본 경제연구센터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여론조사에서 7~9월 성장률이 2.5% 성장을 점치고 있어 개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중국향 수출과 소비 지표로 2분기 지표가 출렁임에 따라 불확실성은 잔재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하반기 경제의 강력한 개선을 위한 경기 부양책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켄고 마츠바라 미쓰이물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 침체로 원자재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경우 하반기 일본 수출이 개선되기 힘들 수 있다”며 “정부는 임금 상승이 소비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업들에 대한 투자와 지출을 늘리는 정책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 중국 인민은행의 수출 부양을 위한 위안화 절하 조치가 있었던 가운데 전문가들은 특히 자국 수출에 민감한 아베 총리가 엔저를 위한 정책 발표에 나설 수 있다며 추가 부양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본 도쿄 의류 매장의 점원이 고객에게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일본 경제는 수출과 소비 부진으로 3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사진=로이터)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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