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들의 아파트 부지 확보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곳곳에서 수백대 일이 넘는 경쟁률이 나오고 있고, 최근 진행된 입찰에서는 800개가 넘는 업체가 한 부지에 몰렸다.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울산 송정지구에서 공급한 공동주택용지 7개 필지에 평균 700개가 넘는 업체가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금의 5%인 신청예약금만 16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B8블럭에는 무려 825개 업체가 몰리며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6월 경기 시흥 은계지구 B5블록이 기록한 613대 1을 뛰어넘는 올해 최고 경쟁률이다.
나머지 6개 필지에도 많은 업체가 몰리며 뜨거운 택지 확보전이 펼쳐졌다. 4블록에 690개 업체가 응찰한 것을 제외하고 모든 필지에서 7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이날 진행된 입찰에 몰린 신청예약금만 16조1600억원에 달했다. 766가구를 지을 수 있는 5블록에는 791개 업체가 몰리며 신청예약금만 5조6000억원에 이르렀고, 4블록 3조6000억원, 8블록 3조2000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울산 송정지구 택지에 건설업체들의 관심이 쏠린 것은 지역 내 시장 상황과 입지, 정부의 대규모 택지지구 조성 중단, 분양시장 호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정지구는 울산 내 마지막 택지지구인데다 교통이 뛰어나고, 공장 수요가 풍부해 주택수요가 풍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부가 지난 2013년 4월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통해 수도권 그린벨트 내 추가 보금자리 지구 중단을 발표하고, 이어 지난해 9월 택지개발촉진법 폐지와 LH의 택지 공급 조절 방침을 밝히면서 공공주택용지에 대한 희소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주택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규모 택지지구 조성을 중단하면서 기존 용지에 대한 가치가 높아졌다"며 "수도권에서 추첨에 의한 공급을 제외하고는 일감을 확보할 수 있는 업체가 제한적인 만큼 지방 택지에 많은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자체 사업에 비해 적은 사업 리스크, 일감 확보와 사업 역량 확대가 가능하다는 부분 역시 건설사들이 택지 확보전에 뛰어드는 이유다.
A건설사 관계자는 "LH 공동주택용지의 경우 사업추진이 빠르고, 기반시설이 잘 갖춰지는 등 사업 리스크가 적은 것이 장점"이라며 "혹시 수익이 크지 않더라도 보유인력 순환 및 인건비 확보, 사업 규모 확대 등에 도움이 돼 손해볼 일이 크게 없다"고 말했다.
최근 분양시장 열풍 역시 건설업체의 아파트 부지 경쟁을 더욱 뜨겁게 만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특별히 입지가 떨어지지 않는 지역에서 분양에 나서면 대부분 빠르게 완판되는 상황인데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토지처럼 많은 이자 부담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최근 공급된 토지를 확보할 경우 말 그대로 '땅 짚고 헤엄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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