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지난 주 국내 체육계의 최대 이슈메이커는 울리 슈틸리케(61·독일)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현격한 실력 차이에도 상대 팀과의 원정에서 22년동안 이기지 못한 대표팀이 이번 대결을 3-0 대승하며 마쳤기 때문이다. 악연을 이겨낸 경사라 축구 팬들에게는 오래 기억될 만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레바논 원정전 대승 외에도 지난 해 9월5일 취임한 후 승률 70%(14승3무3패)로 어려움 없이 순항 중이다. 12일 현재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도 잇따라 이기며 단독 선두(3승).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의 사령탑인 거스 히딩크(67) 감독 버금가는 팬들의 찬사가 나오는 이유다.
7일 오전(현지시각)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레바논전을 앞두고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울리 슈틸리케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 사진 뉴스1
지도자 경력이 독일 대표팀 수석코치(1998~2000), 코트디부아르 대표팀 감독(2006~2008)이 사실상 전부인 슈틸리케 감독은 취임 초기 우려가 적잖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의 부진한 성적으로 홍명보 전 감독이 축구팬의 신뢰를 잃어버린 냉랭한 때라, 팬의 걱정은 컸다.
슈틸리케 감독은 일각의 우려감을 실력을 통해 점점 지웠다. 그의 패배는 2014년 10월 코스타리카 평가전(1-3), 같은 해 11월 이란 원정 평가전(0-1), 지난 1월 호주와의 아시안컵 결승전(1-2)뿐이다. 특히 아시안컵 결승 패배 후 최근 9경기에서 6승3무로 '무패 행진' 중이다.
슈틸리케호의 잇단 순항은 인용술에 바탕을 둔다. 이전까지 대표팀이 유럽파 등의 해외파 중심 고정 멤버로 줄곧 운영된 것과 달리, 슈틸리케호는 수많은 신예가 발굴됐고 철옹성과 같던 유럽파도 안심하지 못하는 상황이 왔다. 예비·백업 전력을 만들고 경쟁을 통한 실력 향상을 꾀하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큰 경기를 치를 때마다 '슈틸리케의 신데렐라'가 등장했다. '원조 신데렐라' 이정협(24·상주), '2호 신데렐라'는 이재성(23·전북), '막내 신데렐라' 권창훈(21·수원)이 그들이다. "찍으면 터진다"는 슈틸리케의 마법은 빗나가지 않았고, 기존 멤버들을 긴장하게 했다. 그들이 K리거란 사실은 긍정적 신호의 덤이다.
이같은 신인 '잭팟'이 운이 아니라 장기간 노력의 결실이란 사실은 슈틸리케 감독이 칭찬받아 마땅한 이유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이후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한국 축구 순례'에 나섰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은 물론 챌린지(2부리그)와 2014인천아시안게임, FA컵, 대학 경기 등을 직접 봤다. 장거리 이동과 벽지 방문을 이었고 결국 원석을 발굴해 보석으로 가공했다.
새로운 인재의 발굴과 그 인재가 관심에 소외된 K리거란 점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매우 긍정적 신호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간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멀티플레이어를 선호했다. 이는 유사시의 대비 차원에서 긍정적 방향이며 경쟁력의 강화로 이어진다.
결국 그는 생각대로 모든 포지션에 최소 4명이 주전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게다가 어떠한 선수를 쓰든 일정 이상의 결과를 얻었다.
아직 월드컵 본선까지 남은 기간은 3년여다. 그 때까지 또 '깜짝 스타'가 생길 수 있다. 꾸준히 두터워지는 슈틸리케호 멤버가 얼마나 늘지 관심이 모인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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