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간통 폐지 6개월, 그 영향과 과제는?
2015-09-16 06:00:00 2015-09-16 06:00:00
최진녕 변호사
"형법 제241조는 헌법에 위반된다." 간통죄 위헌 결정의 주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 26일 재판관 7 : 2의 의견으로, 간통 및 상간행위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형법 제241조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했다. 그동안 모두 4차례의 합헌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이로써 1953년에 제정된 간통죄는 62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위헌결정의 이유는 무엇일까. 헌재는 "간통죄는 성풍속 및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 제도를 보호하고, 부부간 정조의무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서, 헌법상 보장되는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제한 한다"면서 "간통행위가 비도덕적이긴 하지만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그다지 크지 않거나 구체적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대 형법의 추세이고, 이에 따라 간통죄는 전 세계적으로 폐지되고 있으며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하여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간통죄가 폐지된 지 6개월째, 우리 사회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최근 서울신문이 전국 기혼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간통죄 폐지 이후 남녀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기혼자의 24.2%가 외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간통죄 폐지 8개월 전인 지난해 6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같은 내용으로 조사했을 때의 21.4%에 비해 2.8% 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배우자가 아닌 다른 이성과 성관계를 가진 적이 있다고 답한 기혼 남녀가 지난 2월 간통죄 폐지 이후 늘어났거나, 외도 경험을 숨기려 했던 사람들의 응답 태도가 간통죄 폐지 이후 좀 더 솔직해졌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불륜 피해 배우자가 경찰과 함께 간통 현장을 급습하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예전에는 흥신소를 이용해서 투숙한 호텔을 확인한 뒤, 경찰을 대동하여 현장을 덮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간통죄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다 보니, 간통죄 현행범으로 경찰과 동행해서 여관방 문을 여는 일이 불가능해 졌다. 흥신소를 찾는 발걸음이 늘어날지 여부에 관해서는 이혼과 위자료 소송의 증거 확보를 위해 흥신소의 도움이 더 커졌다는 의견과 형사 합의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돈을 들여서 까지 굳이 흥신소를 찾을 필요성이 적어 질 것이라는 예측이 엇갈린다.
 
간통죄 폐지 이후 나타난 심각한 부작용이 바로 불륜 알선 사이트의 등장이다. 간통죄 폐지 전에 한국에 상륙했던 외국 사이트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법상 불법정보라는 이유로 사이트를 차단했다. 위헌 판결이 있은 이후에도 이를 차단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 법조계에서도 논란이 있으나, 규제할 필요성이 크다고 본다. 형사상 범죄가 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불륜행위는 여전히 민사상 불법행위와 이혼 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는 현재 기혼자 만남 알선 사이트가 건전한 성풍속을 해치고 가정해체를 조장하는 불법정보라는 이유로 이를 금지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먼저 국회는 형법을 개정해 위헌 결정을 받은 간통죄 조문을 삭제해야 한다. 헌재 결정 이후 형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형법에 버젓이 간통 조항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회 활동 경험이 없고 가정 내 사회·경제적 약자의 처지에 놓여 있는 전업주부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위헌결정에서 일부 재판관은 "간통 행위로 인한 가족의 해체 사태에서 손해배상, 재산분할 청구, 자녀양육, 면접 등에 관한 재판 실무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법조계에서는 바람을 피운 배우자가 지급해야 하는 위자료 액수를 늘리고, 재산분할 시에도 결혼 파탄의 책임이 큰 배우자에게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무상 배우자의 간통 행위로 이혼과 손해배상이 함께 청구될 경우 법원은 위헌 결정 이후에도 종전처럼 3000만원 정도의 손해배상금을 인정하고 있다. 법원 내에서도 간통죄가 있을 당시에는 형사처벌을 고려해 위자료를 산정했던 만큼, 이제 개인의 책임을 더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여성계는 이혼 위자료의 경우 1억 원 안팎으로 대폭 상향하고, 외도한 배우자와 상간자에게 확실한 경제적 제재를 가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헌재 판결 속에 담긴 혜안을 살리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 나갈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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