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재판부, 원세훈 파기환송심 이미 무죄 결론 냈나"
"원세훈 주장 반박 근거 쟁점 지목…단어 하나하나 쟁점화 안돼"
2015-10-30 15:48:21 2015-11-03 19:58:06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의혹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와 검찰간 갈등이 공판을 거듭할 수록 거세지고 있다.
 
30일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재판장 김시철) 심리로 열린 원 전 국정원장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 파기환송심 제4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재판부에 "저희 생각이 잘못된 것을 전제로 질문하시는 것이냐"며 "이건 그럼 (이미 무죄로) 결론을 내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혔다.
 
검찰의 이같은 반발은 '배포'라는 단어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해 재판부가 검찰의 과거 의견서를 인용해 검찰과 변호인 양측에 질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배포 해석론'은 국정원의 직무를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라고 규정한 국정원법 3조로 인해 이날 쟁점이 됐다.
 
다시 말해, 검찰은 국정원의 댓글달기 등 사이버활동을 위법하다고 보고 있는데, 이를 국정원법에 열거된 '배포' 업무로 보더라도 여전히 위법한지 따지려 한 것이다.
 
원세훈측 변호인은 국정원법 3조를 '예시적 열거'로 해석하고, 이 사건 사이버활동이 국정원의 여러 가지 업무 중 하나(배포)라고 주장해 온 반면 검찰은 해당 활동 자체가 '배포'인지 따져 볼 필요 없이 국가기관의 정치 및 선거 관여 행위로 위법하다고 봤다.
 
그런데 이같은 상황에서 재판부가 '배포 해석론'을 쟁점으로 삼자 검찰이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은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사실로 든) 논리전개순서는 틀렸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국정원의 인터넷 게시행위가 국정원법 3조1항에 규정된 국정원 업무 중 어느 것에 포함될 수 있느냐를 먼저 검토하고 나서, 정치관여나 선거관여 여부를 검토하는 그런 구조가 아니다"며 "이 사건 행위가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및 선거관여에 해당한다는 것을 먼저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소 구조를 그렇게 쓴 것은 '4대강 관련 반대활동을 해 오던 시민단체가 선거 때도 계속했다면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는 대법원 판결을 인용해 원세훈 국정원법 무죄를 주장한 변호인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배포 해석론' 외에도 검찰은 '선제적('대응적'의 반대 개념 차원에서)' 단어 해석론 등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규정하기 위해 재판부가 한 단어 한 단어를 쟁점화하는 재판 진행방식에 크게 반발했다.
 
검찰은 "의견서의 전체적인 맥락을 봐주셨으면 한다"며 "'선제적'이라는 단어는 국정원의 사이버 여론전 실태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쓴 단어고, 그 문구 보다는 의견서 전체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봐달라"고 주장했다.
 
이어 "어떤 해석론에 의하더라도 국정원 직원이 일반 국민인 것처럼 가장해 일반인이 활동하는 인터넷 공간에서 정부나 정책에 반대하는 글이 올라오는 것을 방지 하기 위해 댓글을 다는 것은 국정원 직무 범위가 아니라는 게 검찰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변호인측은 "검사의 직무도 수사·공소·제기·형의 집행 등으로 한정해 열거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검사 자신도 범죄 예방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한다"며 "그러한 관련 활동들도 당연히 업무 범위"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이 일반국민인 것처럼 위장한 것을"이라는 내용의 검찰 공소사실과 관련해 "신분을 노출시켰다면"을 가정해 각종 적법 여부를 따지려 했고, 검찰은 또 크게 반발했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이 자기 이름을 밝히고 본건과 같은 댓글을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상에다가 쓸 수 있다고 가정해서 물어보시는 거냐"며 "가정이라는 것도 일어날만한 가능성이 있는 걸 가지고 이뤄져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능하지도 않은 상황을 가지고 논의를 하는 거는... (적절치 않다)"고 항변했다.
 
또 "국정원이 안보기관 역할 하는 것은 맞지만, 이를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이 맞는지 상식에 부합하게 판단해달라"며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행위가 (국정원의 사이버활동으로 인해) 어떻게 침해 되는지 조금만 고민을 해보신다면 쉬운 판단"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법정 구속 됐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지난 6일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보석이 허가돼 풀려났다.사진/뉴시스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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