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분기 시장예상치를 뛰어넘는 '깜짝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체질개선 작업을 통한 '쇄신'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계절적 요인에 따라 4분기 실적은 3분기에 못미칠 전망이 우세한 데다 대규모 인사와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어 조직 재정비에 무게를 두고있는 모습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3분기 시장 기대를 넘은 성과에 대해 오히려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수치상 실적이 호전됐기 때문에 긍정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호실적에 대한 언급은 자중하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라며 "대규모 인사 등과 겹치기 때문에 4분기 실적과 내년 사업계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과 성과를 알리기보다 내부단속을 통해 사업 재편 작업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는 셈이다.
4분기 실적을 놓고서는 삼성과 증권업계 모두 하락세를 점치고 있다. 증권업계는 환율영향이 소멸하고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지난해 4분기 이후 계속됐던 영업이익 확대 추세가 1년 만에 꺾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도 지난달 29일 컨퍼런스 콜에서 “4분기는 긍정적인 환율 영향이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전분기 대비 실적도 둔화를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통한 체질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화학계열사 매각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신호탄'이란 시각이 대부분이지만 이와 상관없이 저성장이 장기화되는 시점에서 사업구조 개편은 필수적이란 지적도 있다.
그동안 위기의식은 '삼성의 상징' 처럼 여겨져 왔지만 이번엔 스마트폰, TV 등 핵심사업을 저성장 업군으로 분류하며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창립 46주년 기념사에서 "스마트폰·TV 등 IT 산업의 주요 제품이 저성장 시대로 진입하고 선진 경쟁사들이 새로운 기술과 모델을 도입해 기존의 가치사슬을 바꿔나가고 있다"며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차원이 다른 변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제품개발과 운영, 조직문화 등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 새로운 시대의 선도자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캐치업’에 강했던 삼성이 후발주자의 추격을 뿌리치고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익 10조원을 기록하던 고성장 시대는 향후 5년간 다시 오기 힘들다고 봐야한다“며 ”지금은 숫자를 따지기보다 숨을 고르는 시기로 인수합병, 구조조정 등으로 체질개선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전기, 삼성SDI의 경영진단이 최근 마무리됐으며 각 계열사와 사업부는 비용절감 등 긴축경영을 목표로 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뉴시스
김민성 기자 kms07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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