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일부가 국회의 조약 체결 비준·동의권을 침해당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을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6일 "대통령에 의해 국회의 조약 비준·동의 전병헌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26명이 낸 '국회의원과 대통령간의 권한쟁의'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국회의원 일부가 국회의 권한침해를 이유로 국회를 위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지, 즉 '제3자 소송담당'이 허용되는지 여부였다. '제3자 소송담당'이란 권리주체가 아닌 사람이 권리주체를 위해 대신 소송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으로 법으로 규정된 경우에만 가능하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권한쟁의심판에서 '제3자 소송담당'을 허용하는 명문 규정이 없고, 준용을 통해서 이를 인정하기도 어렵다"며 "국회의 의사가 다수결로 결정되었음에도 다수결의 결과에 반하는 소수의 국회의원에게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다수결의 원리와 의회주의의 본질에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또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국회의원 집단도 국회 내 소수자 보호라는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제3자 소송담당'을 인정할 근거와 명분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국회의 동의권이 침해됐다고 해서 동시에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된다고 할 수 없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은 국회의 대내적인 관계에서 행사되고 침해될 수 있을 뿐 다른 국가기관과의 대외적인 관계에서는 침해될 수 없다"며 "대통령이 조약 체결?비준에 대한 국회의 동의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될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진성, 김이수 재판관은 "헌법재판소가 헌법상 권한배분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소수파 의원들이 일정한 요건 하에 의회를 대신해 의회의 권한침해를 다툴수 있도록 하는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권한쟁의심판제도의 목적과 헌법정신에 따른 것"이라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 등은 이어 "이 사건 의정서는 양허기관에 지방공사가 포함되어 있어 국회 비준동의를 요하는지 여부는 헌법적으로 해명이 필요한 중대한 사항이므로 심판청구를 각하할 것이 아니고 본안에 들어가 권한침해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 등은 외교부가 2013년 11월 상정한 'WTO 정부조달협정 개정의정서' 비준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대통령이 재가하자 조약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안이 침해됐다며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헌법재판소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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