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8일 “지금 정치권에서 온통 선거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데 정치권의 이런 모습을 지금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면서 “선거에서 선택을 하는 것도 우리 국민이 아니겠냐”며 내년 총선 ‘국회 심판론’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이제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하루밖에 안 남았는데 우리 정치권도 하루만이라도 정치적 논란을 내려놓고 국민들을 위해 처리하기로 약속한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주실 것을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우선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 5대입법’에 대해 “국회가 명분과 이념의 프레임에 갇힌 채 기득권 집단의 대리인이 돼 청년들의 희망을 볼모로 잡고 있는 동안 우리 청년들의 고통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며 “국회가 말로는 일자리 창출을 외치면서도 행동은 정반대로, 노동개혁 입법을 무산시킨다면 국민의 열망은 실망과 분노가 돼 되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각종 ‘경제활성화법’에 대해선 “여야의 문제,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 삶의 문제”라면서 “과거 노무현 참여정부도 일자리를 위한 의료서비스 분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이제 와서 그걸 반대한다면 과연 누가 그 뜻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나”며 ‘의료민영화 우려’를 이유로 법안 통과에 소극적인 야당을 꼬집었다.
14년째 국회 표류중인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도 “국제테러의 위협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데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치권이 국민을 위험에 방치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며 “앞으로 상상하기 힘든 테러로 우리 국민들이 피해를 입게 되었을 때 그 책임이 국회에도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국민들이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국무회의 발언은 전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전했던 뜻을 보다 확실하고 강도 높게, 공개적으로 국민들에게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일련의 발언을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고 답답해하는 대통령의 충정’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여의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들의 ‘국회혐오증’을 부추겨 내년 총선 ‘박근혜 정권 심판’ 프레임을 ‘여의도 정치권 심판’ 프레임으로 전환하고, 소위 ‘진실한 사람들’(眞朴)의 대거 국회 진입을 위한 일종의 여론전 아니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53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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