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중개상으로부터 수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윤희(62) 전 합동참모의장과 정홍용(61) 국방과학연구소 소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최 전 의장을 허위공문서작성·허위작성공문서행사·뇌물수수 혐의로, 정 소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합수단은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심모(58)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전 한화탈레스(옛 삼성탈레스) 사업본부장 임모(63)씨를 약식 기소했다.
이들에게 납품 편의 등을 대가로 금품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무기중개업체 S사와 방산업체 E사 대표 함모(59)씨는 뇌물공여·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최 전 의장은 해군참모총장 재임 중 해상작전헬기 1차 사업에서 '와일드캣(AW-159)'의 시험평가서를 최종 승인했고, 합참의장 재임 중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과 차기 호위함 사업, KF-16 전투기 성능개량 사업 등 함씨가 중개·납품하는 사업에 편의를 봐주고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함씨는 최 전 의장의 부탁으로 해군사관학교장 재임 중 교장 공관병을 함씨가 운영하는 식당에 취업시켰으며, 수시로 최 전 의장의 부인이 이용한 이 식당의 음식 대금을 결제하면서 합참의장 공관에도 음식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지속해서 유착 관계를 형성했다.
최 전 의장은 지난 2012년 8월 시험평가에서 실물평가를 하지 못해 와일드캣의 성능을 전혀 확인하지 못했다는 평가 결과를 보고받았음에도 당시 해군 전력기획참모부장 박모(57)씨에게 "문제없이 통과시켜라"고 지시하고, '실물평가를 해 모든 요구성능을 충족했다'는 내용의 허위 시험평가서를 결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잠전 장비 등 일부 항목은 '체계통합 후 성능 입증 필요'란 조건을 기재했지만, 이를 이유로 방사청이 전투용 적합 판정을 거부하자 최 전 의장은 그해 11월 박씨 등 부하들에게 조건 문구의 삭제를 지시한 후 허위 시험평가서를 방사청에 최종적으로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전 의장은 와일드캣 시험평가에 도움을 준 대가와 앞으로 납품하는 방위 사업과 관련한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함씨에게 뇌물을 받기로 하고, 지난해 9월 사업자금 명목으로 아들에게 2000만원을 주도록 하는 등 함씨에게 뇌물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 소장은 한국국방연구원으로 재직하던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현금 500만원을 받은 것과 함께 1년간 사용한 신용카드 대금 2700만원을 대납하게 하는 등 3200만원을 받은 혐의며, 이 대가로 해상작전헬기 1대가 탑재되는 차기 호위함의 소요량 20척이 적정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국방과학연구소장으로 취임한 직후인 지난해 6월에는 함씨에게 "아들이 유학을 가는데, 만나서 도와줘라"고 요구했으며, 이에 함씨는 그해 7월25일 정 소장의 아들에게 "잔고증명으로 쓰고 유학을 준비하는 데 돈이 들테니 써라"고 말하면서 40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씨는 방위사업추진위원으로 일하던 2011년 10월 함씨에게 방위사업에 대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동생이 사업을 하는데, 어려우니 도와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함씨가 동생의 금속코팅업체에 1억원을 지급한 후 허위 기술용역료로 처리하도록 하는 등 뇌물을 수수한 혐의다.
또 임씨는 함씨가 운영하는 E사의 K1A1 전차 포수조준경과 전차장 열상조준경 등의 부품인 광학렌즈를 한화탈레스에서 납품받도록 해주는 대가로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0회에 걸쳐 함씨에게 총 2500만원을 받는 등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됐다.
함씨는 해상작전헬기 등 자신이 중개·납품하는 방위사업의 모든 단계에서 전방위적 금품 로비를 벌였고, 최 전 의장 아들의 사업자금 2000만원, 정 소장 아들의 유학자금 4000만원, 심씨 동생의 사업자금 1억원, 임씨에 대한 뇌물 2500만원 등 총 2억1700만원을 공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합수단은 지난 5월과 6월 해상작전헬기 허위 시험평가서 작성 혐의로 해군 전·현직 장교 7명을 구속 기소했으며, 이중 3명은 지난달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 등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와 함께 5월 K-11 복합형소총 사격통제장치 납품대금 편취 혐의로 E사 임직원 3명을 구속 기소했고, 8월 단안형 야간투시경 납품대금 편취 혐의로 S사 임원을 구속 기소했다.
해상작전헬기 도입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최윤희 전 합참의장이 지난달 25일 새벽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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