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건설업계가 부동산 거래절벽을 우려해 내년에는 일반분양 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건축, 재개발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최근 미국 금리인상,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강화, 아파트 공급과잉 등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치면서 내년 주택경기가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이 내놓은 '미분양 아파트 증가, 소탐대실하지 말아야 한다' 리포트를 보면 11월 미분양 물량은 4만6000가구로 지난해 8월 이후 최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달인 10월과 비교해 1만3000가구, 40% 가량 급증한 수치다.
실제 경기 용인시의 경우 11월 미분양 아파트가 7974가구에 달해 10월 대비 4054가구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지난 14일 가계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발표되고 17일 미국 금리인상까지 더해지면서 매수 심리는 갈수록 위축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내년 초 부동산 거래절벽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는 상대적으로 미분양 우려가 큰 주택분양을 줄이는 대신 리스크가 적은 재건축, 재개발, 공공공사 위주로 내년 사업계획의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내년에는 총사업비 6조7000억원 규모의 '서울~세종고속도로'를 비롯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지는 않았지만 제주 제2신공항 등 굵직한 정부 사업이 예정돼 있어 이를 통해 주택시장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정부가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해 2조1589억원 규모의 내년 국토부 SOC예산을 조기 집행키로 결정한 점도 공공공사에 대한 건설사들의 기대감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이에 대비해
현대건설(000720)의 경우 내년 지역주택조합 물량은 올해 대비 두 배 늘리는 반면 아파트 일반분양은 절반 이상 줄이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올 6월 1968가구 규모의 송파 헬리오시티(가락시영)를 포함해 총 7곳에서 4295가구의 조합 아파트를 공급했다. 일반분양 물량은 18곳, 1만7280가구를 기록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10월 1731가구 규모 포항 지역주택조합 물량을 비롯해 총 8곳에서 8875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일반분양 아파트 물량은 13곳 7912가구로 올해와 비교해 절반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전체 분양물량은 올해 2만1575가구 대비 22.2% 감소한 1만6787가구로 예상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건설사들이 내년 주택분양 물량을 급격하게 줄이고 안정적인 사업에만 몰두할 경우 또 다른 부작용으로 인해 업계 전반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자재 업계와 인력 공급을 주로 하는 하청업체들은 올해 주택 시장 호황에 힘입어 원자재나 인력 규모를 키워놨는데 갑자기 일감이 줄어들 경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건설 산업의 기반이 붕괴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업계가 담보대출 규제, 금리인상 등에 따른 부동산 거래절벽을 우려해 내년에는 주택분양 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건축, 재개발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재건축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4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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