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가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시키나 부동산 시장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고령층일수록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아파트 등 실물자산을 팔아 빚을 줄이는 성향이 높아 이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27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는 57세까지 금융부채를 확대하다가 1차 은퇴 직후인 58세 이후부터 금융부채를 축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차 은퇴 시기이면서 자녀 출가 직후인 65세~70세 사이에 실물자산 처분과 함께 금융부채가 크게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즉, 집을 팔거나 줄여 빚을 갚는 고령 가구가 많다는 얘기다.
한은은 "인구 고령화는 금융부채 확대 인구의 감소, 금융부채 축소 인구 증가를 통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세를 둔화시키고 고령인구 비중 증가로 고령층의 부채 점유 비중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인구 고령화와 함께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1955~63년생)들이 향후 3~4년 후 대거 집을 팔 경우다. 한은에 따르면 2018년부터 고령층이 부동산을 처분하는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과정에서 집을 사줘야 하는 35~59세 비중은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에 집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데 사줄 사람이 줄어드니 집 값 하락은 불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조정환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베이비부머 세대 등이 은퇴 이후 금융부채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축소)에 적극 나설 경우 부동산 시장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가구가 부동산 시장 충격 등에 의해 금융부채 디레버리징이 원할하게 추진되지 못하면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지난해 현재 금융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60대 이상 고령가구의 경우 금융부채 비율이 200%를 상회하고 원리금상환부담률도 30%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범호 금융안정국 안정분석팀 차장은 "60대 이상 고령가구의 만기일시상환 및 비은행금융기관 대출 비중이 30~40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고, 직업도 상용근로자보다 자영업자, 무직자 비중이 높다"면서 "65세 이상 고령가구 소득의 65.7% 가량이 경기변동에 민감한 사업소득, 임금소득, 재산소득으로 구성돼 있는 등 가계의 노후소득 기반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한은은 부동산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고 높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향후 인구 고령화의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부동산 시장 안정과 가계부채 관리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부동산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주택연금제도 취급기관 확대 등 제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주택연금제도는 주택금융공사의 지급보증 하에 금융기관의 주택연금대출이 실행되는 구조로서 주택금융공사의 지급보증 여력에 의해 제한받을 뿐만 아니라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에 지급보증 참여기관 다양화와 금융기관의 독자적 주택연금대출 실시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게 한은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한은은 가계가 실물자산보다 금융자산 보유를 확대하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실물자산보다 금융자산 보유가 유리하도록 조세제도를 개선하고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안정적 주거 환경을 보장할 뿐 아니라 개인연금 가입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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