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 예산과 인력 관련 예비비를 확정했지만 소비자보호 기능을 강화한 금감원 조직개편이 미뤄지고 있다. 조직 개편에 대한 금감원 내부의 이해 충돌과 조직축소·성과주의가 강조되고 있는 금융권 분위기에 따라 조직 확대 개편안 확정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30일 금감원 예산안을 확정하고, 인건비에 해당하는 예비비도 금융위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넉넉하게 책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 내부적으로 조직개편 방향이 정리가 안되면서 금융위에서는 최종 예비비 확정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비비는 금감원이 조직개편을 하면서 실·국을 확대했을 때 추가로 들어갈 수 있는 인건비를 고려한 비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 내부적으로 정리가 안 된 것 같다"며 "어떤 실·국이 확대될 경우 다른 곳은 줄어들기 때문에 잡음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도 "어떻게 할지 어려운 상황"이라며 "직원들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이번 조직개편에 소비자 보호 분야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진웅섭 금감원장은 줄곧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진 원장은 지난달 출입기자단 송년회에서 "조직개편의 큰 방향은 검사 제재 개혁방안의 취지와 소비자 보호"라고 말했다. 작년 10월 검사역 대상 강연회에서는 "검사인력을 쉽게 증원할 수 없는 여건"이라고 말해 소비자 보호 영역 인력을 확대하는 방안이 현재로써는 가장 유력하다.
하지만 내부의 분위기는 이런 방향에 대한 불만이 불거지고 있다. 금감원 소비자보호처의 업무 피로도가 높은 것은 인정되지만, 검사와 금융사 건전성 감독 영역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분위기다. 금융사 건전성의 경우 소비자 보호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노동조합 관계자는 "검사·제재 권한이 금융위에 뺏기고 있어 일부 진 원장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융권에 '성과주의'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금감원만 홀로 덩치를 키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이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더욱이 청와대에서도 덩치를 키우는 조직개편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복수의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가 예비비를 늘려줬다지만, 그동안 계속해서 예산을 줄였다가 예전 수준으로 올린 것에 불과하다"며 "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조직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그래픽/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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