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대부업 대책 무용지물…구멍뚫린 소비자보호
지난해말 미등록 대부업체 급증…점검인력 부족·대안도 사실상 방치
2016-01-14 15:37:32 2016-01-14 15:37:39
금융감독원의 미등록 대부업 대책이 고금리 불법대출을 막는데 아무런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금리 대출이 워낙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탓에 단속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급한대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관내 대부업체를 상대로 현장점검을 돌고 있지만, 인력이 충분치 않아 이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34.9% 대부업 최고금리가 지난해 12월31일부로 실효돼 미등록 대부업자들에 대한 법적제재가 더욱 어렵게 됐다.
 
원래 이자제한법상 미등록 대부업자들은 연 25% 이하의 대출금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법정 최고금리가 사라지는 바람에, 미등록 대부업자들이 등록 대부업자를 사칭하고 연 34.9%가 넘는 고금리를 수취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실제로 불법 고금리 대출 적발 건수는 최근 들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14년 4건에 불과했던 적발 건수는 지난해 들어 26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압수된 불법 대부업 전단지. 사진/뉴시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미등록 대부업 대응방안을 내놨다. 그중 하나가 은행이나 서민금융회사가 서민대출을 더 많이 취급하게끔 유도해 미등록 대부업체 이용 수요를 낮추는 방안이다. 새희망홀씨나 햇살론 같은 서민금융 상품을 활성화하겠다는 복안도 내놨다.
 
하지만 문제는 이같은 대응책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담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이 미등록 대부업체 대신 은행을 이용하려면 대출에 따르는 요건이 낮아져야 하는 데, 은행의 자율에 맡기고 있어 사실상 방치된 상황이다. 서민금융 상품 활성화 방안도 자금 지원 규모를 늘리거나 신상품을 만든다기보다는 기존의 상품을 홍보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안내 책자나 팜플렛 한장 짜리를 중소상공인 업체 등 서민들과 접점에 있는 곳에 뿌렸다"며 "은행이 서민지원을 확대하거나 서민금융 규모가 확대되는 등의 방안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미등록 대부업체는 워낙 음성화되서 파악 자체가 안되고 있다"며 "금감원이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사실 미등록업체들에게 꼼짝하지 말라는 경고를 날린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부업 관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현재 지자체들은 관내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매일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금감원이 지원인력을 파견해 지자체 관리·감독 활동을 도와주고 있지만, 전담 인력이 1~2명에 그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통 지자체 대부업 점검 인력이 1~2명 정도 되는데, 한 둘이 모든 업무 다하기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신고 오면 한 두 업체 잡아서 본보기로 쎄게 제재해 경계감을 심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대안보다 국회에서 빨리 대부업법을 통과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며 "그러나 2월 임시국회에서 안되면 4월 총선과 그 이후 신임 의원들 적응기간이 있어 9월까지 법안 통과가 미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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