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장애인 눈 높이에 맞춰 ‘싹’ 바뀐다.

서울메트로, 지하철 장애인 이용환경 개선사업 추진

서울지하철이 장애인화장실 휴지걸이 높이 등 법규에 위반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장애인 이용에 불편을 주고 있는 시설을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장애인도 지하철을 차별 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하철 이용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20개 역 전수 조사를 완료하고, 올해부터 개선 사업을 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120개 역 전수 조사에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5명과 비장애인 10명이 조사원으로 직접 참여해 장애인이 지하철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시설물을 점검했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역 중 79% 역에서 교통약자 편의시설 안내표지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엘리베이터 내·외부에 교통약자용 편의시설 안내표지가 설치되지 않아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됐다.

 

일반보행자용 환승 안내사인과 혼동됨으로써 발생하는 불편함도 드러났다. 화장실의 경우 양변기 등받이나 세면대 비누 위치, 핸드레일 모양, 휴지걸이 높이 등 비장애인은 인지하기 어려운 문제점들이 다수 발견됐다. 이들 시설물의 경우 모두 법규를 위반하진 않지만, 직접 사용해 보니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명동역, 고속터미널역, 청량리역 등 9개 역은 다른 역과 비교했을 때 장애인화장실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역은 장애인화장실이 별도로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수직이동시설을 통한 접근이 어려웠다.

 

서울메트로는 불만족 지수가 높게 나타난 편의시설 안내표지, 화장실 등 20개 사업을 내년까지 우선 추진한다. 화장실은 세면대 비누 위치와 휴지걸이 높이를 휠체어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정하기로 했다. 옥수역 등 5개 역의 화장실 출입문도 수동문에서 자동문으로 개선할 예정이다.

 

휠체어 장애인의 엘리베이터 이용도 더욱 편리해질 전망이다. 동묘앞역 등 14개 역의 엘리베이터 내부에 후면 반사경을 설치하고 비상통화 장치 음량을 현재보다 높여 역 직원과 장애인의 통화가 원활해 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엘리베이터 설치나 장애인화장실 남녀 구분 설치, 게이트 개선과 같이 많은 시간과 예산이 소요되는 8개 사업은 중·장기 사업으로 분류, 590억 원을 투입해 순차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특히 그 동안 승강장 발빠짐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되었던 곡선 승강장 간격 개선을 위해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등 59개 역에 270억 원을 투자해 자동식 안전발판을 설치할 예정이다.

 

서울메트로는 이번 조사 결과를 서울시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세부 실천계획과 연계해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 시설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이정원 서울메트로 사장은 “장애인이 조사에 직접 참여하면서 작은 불편사항도 놓치지 않고 찾아낼 수 있었다.”라며 “개선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일부 시설물에 대해 당장의 불편함이 있더라도 교통약자를 배려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기다려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춰 남녀 구분 설치된 지하철역 장애인화장실.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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