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성재용 기자] 부동산신탁회사인
한국토지신탁(034830)은 지난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미래전략사업본부 하에 도시재생팀을 신설했다. 정비사업과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개발을 위해 꾸려진 이 팀은 현재 팀장 포함 4인체제로 구성됐으며, 연내 충원 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자산신탁도 본격적인 정비사업 참여를 위해 작년 말부터 TF를 꾸려 수주대상 단지를 물색하고 있으며, 코람코자산신탁 역시 정비사업 전담팀 구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오는 3월부터 부동산신탁회사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단독 시행사로 참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각 신탁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대형건설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알짜 대형사업장보다는 500가구 안팎의 중소형 사업장을 두드릴 것으로 예상돼 자금부족 등으로 사업속도가 더뎠던 조합원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신탁사들은 정비사업의 전면에 나설 수 없었다. 현행법상 단독 시행자로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특별시 SH공사 등 공공기관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 천재지변 등 긴급히 정비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을 때는 예외를 인정하지만, 실제 신탁사가 단독 시행을 맡은 사례는 전무했다.
업계에서는 부동산신탁사가 정비사업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반기고 있다. 건축물 노후 정도가 심해 정비사업이 시급하지만, 사업성 문제 등으로 건설사가 참여를 꺼리는 소규모 사업장이나 조합원간 갈등으로 사업이 난항을 겪는 사업장, 시공사 부실로 사업 추진이 늦어지는 사업장 등이 신탁사 참여를 환영할 것으로 보인다.
장몽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신탁사가 정비사업에 시행주체로 참여할 경우 사업비 조달과 사업기간의 단축, 사업비 절감이 가능해 활성화가 예상된다"며 "대형시공사의 참여가 저조한 초기단계의 소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진출이 활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탁사의 최대 장점은 풍부한 자금력이다. 신탁사 주도의 정비사업은 토지신탁 형태로 이뤄진다. 조합원들이 땅을 신탁하면 신탁사가 시행자가 돼 초반부터 사업비를 투입하고 시공사 선정부터 일반분양까지 맡게 되는 방식이다.
토지신탁방식으로 개발이 이뤄지면 총사업비의 70%까지 신탁사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사전에 분양이 다 되지 않더라도 자금부족으로 사업이 멈추는 일이 희박한 셈이다. 또 군인공제회, 산업은행,
우리은행(000030),
KB금융(105560)지주 등이 신탁사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증자를 통해서도 자본금을 늘릴 수 있다.
실제로 한국기업경영학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이뤄진 주택분양사업 가운데 부동산신탁사가 사업주체로 나선 경우 착공지연, 입주지연 등 사고가 난 살계가 4.58%에 그쳤다. 개발업체 등 일반사업자가 시행사로 참여했을 때 사고율(16.45%)의 4분의 1 수준이다.
다만, 소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 소규모 사업장이 갖고 있는 한계를 그대로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대개 장기간 사업지연으로 비용이 과다하게 지출돼 사업성이 훼손됐거나 이해관계자간 대립이 이어진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관리처분단계에서 조합원들이 내야할 분담금이 발목을 잡을 수 있어 원활한 합의가 어려워질 수 있다. 또 그동안 과다 지출된 비용 때문에 일반분양분의 분양도 높게 책정돼 완판에 대한 리스크도 있다.
신탁사 A사 관계자는 "중소사업장의 경우 조합원의 비전문성, 자금조달능력 부족, 과도한 시공사 의존도 등이 사업을 지연시키는 원인이었다"며 "초기에는 규모가 큰 정비사업보다는 사업 추진에 애로가 있는 중소규모 사업을 중심으로 수주하고, 경험과 역량이 쌓이면 사업규모와 역량을 강화해 내년에는 중급 규모의 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신탁사가 시행사로 나섰을 경우의 사고율이 일반사업자가 진행했을 때보다 낮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자료/대한토지신탁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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