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돌 맞은 한국 주식시장…"해외진출로 질적 변화 모색해야"
상장사 12사→2037사로 증가…시총 세계 14위권 성장
2016-03-02 16:44:04 2016-03-02 16:44:04
한국 주식시장이 창립 60돌을 맞았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넘긴 나이다. 6.25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지난 1950년대 중반 12개 상장사로 조촐하게 문을 연 증시는 60년이 지난 현재 2037개 상장사를 거느린 세계 14위권(지난해 말 시가총액 기준)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단기간에 몸집을 키운 만큼 자리를 잡기 전까지 시행착오가 많았고, 증시는 글로벌 외풍에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자본시장이 향후 100년을 넘어 도약하려면 내부적으로는 투명성을 담보하고, 밖으로는 과감한 해외 진출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956년 3월3일 한국거래소의 모태인 대한증권거래소가 설립됐다. 일제강점기부터 활동한 증권구락부 회원들이 국내 최초의 증권사 대한증권을 세운 이후 증권 매매가 활발해지자, 정부도 자금 조달의 차원에서 거래소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이다.
 
상장법인은 조흥은행, 저축은행, 상업은행, 흥업은행 등 4개 은행과 대한해운공사, 대한조선공사, 경성전기, 남선전기, 조선운수, 경성방직 등 6개 기업, 정책적으로 상장된 대한증권거래소, 한국연합증권금융을 포함해 12개 기업이 첫 거래를 시작했다. 당시 종목 수가 많지 않아 주식보다는 국채 거래가 주를 이뤘다.
 
60년이 지난 현재, 한국거래소에 등록된 상장사는 유가증권상장 770개사, 코스닥 상장 1157개사, 코넥스 기업 110개사 등 2037개에 달한다. 이 시장에서 코스피 886개, 코스닥 1159개, 코넥스 110개 등 2155개 종목이 거래되고 있다. 60년이 지나는 동안 시가총액도 급증했다. 1965년 150억원에 불과했던 시총은 올해 1월 말 기준 127조4580억원 규모로 커졌다. 이 사이 자본시장 성장 초입에서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코리아 펀드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1984년 8월)되기도 했다.
 
전 상장 종목 기반의 현행 코스피(KOSPI)가 산출된 시점은 1983년 1월이다. 기준 지수 100포인트로 출발한 코스피는 6년 후인 1989년 3월 1000선을 넘어섰고, 2007년 7월 2000선의 고지를 넘었다. 현재까지 기록된 코스피 사상 최고치는 지난 2011년 5월2일의 2228.96포인트다.
 
시장이 외형적으로 급성장한 만큼 위기도 많았다. 대한증권거래소가 창립된 초창기부터 국채 파동, 대증주 소동, 증권 파동, 태양증권 사고 등 투기로 인한 주가 급등락과 각종 혼란이 잇따랐다. 2000년대 초 벤처붐과 함께 코스닥 시장이 급등했지만, 미국 나스닥 기술주를 중심으로 거품론이 확산되면서 큰 폭으로 추락했다. 국내 증시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에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자본시장이 지난 60년의 산전수전을 넘어 더 발전하려면 그동안의 ’벽‘을 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먹거리를 찾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난 40년 금융투자업계에 몸 담아온 서석기 한국증권분석사회 이사는 “많은 유관기관이나 일부 증권사들이 ‘밥 그릇 챙기기’에만 혈안이 된 모습을 볼 때 안타깝다”며 “가만히 들어오는 것에만 의존하다보면 경쟁력을 잃게 된다. 문을 열고 스스로의 경쟁력을 키워야 자본시장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도 “자본시장 60년을 맞아 지금보다는 변화된 모습이 필요하다”며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모든 부문에서의 해외 진출이 필수인데, 인수합병(M&A)이나 자산운용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해외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황 실장은 이어 “원래 자본시장의 속성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것”이라며 “시장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창의력을 높이는 방향의 개선(네거티브 방식의 규제 완화 등)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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