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정부가 최근 정유사별 주유소 및 대리점 석유제품 공급가격 공개를 넘어 유통단계별로 공급가격을 더 세분화 해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정부와 정유사 사이의 감정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일 '추석 민생 및 생활 물가 안정대책'의 하나로 석유사업법 시행령개정을 통해 유통계통별로 공급가격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환율과 국제유가가 다시 안정되고 대형할인점 내 주유소 도입, 지난 5월부터 시행한 정유사별 공급가격 공개 등 다양한 처방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내리지 않는 기름값을 유통과정별 투명화를 통해 잡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지난 5월 시행된 정유사별 주유소 및 대리점 공급가 공개 정책으로 시작된 정유사들의 속앓이는 다시 한번 깊어지고 있다.
정부정책이라 공식적인 대응은 자제하고 있지만 갈수록 세분화되고 정도가 심해지는 공개정책에 대한 불만이 쌓일대로 쌓이고 있는 것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 기준으로 휘발유 1리터를 팔면 정유사에는 13원 정도의 이익이 남았다"며 "대표적인 박리다매 사업인 정유사업의 특성상 정유사가 남기는 이익이 고작 10~20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제 많은 소비자들이 아는 사실아니냐"고 반문했다.
공개정책을 통해 가격을 내릴 수 있는 한도가 휘발유 리터랑 20원이 채 안된다는 얘기다.
이런 현실에서 9월 첫째주 기준 정유사 휘발유 공급가격인 1590.62원에서 50%를 넘게 차지하는 유류세(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등 포함)를 내리지 않는 한 인하효과는 10원 안팎에 그쳐 소비자들이 체감하지도 못할 것이라는 게 정유사들의 주장이다.
영업비밀 침해가 도를 넘어섰다는 주장도 함께 나오고 있다.
정유사별 가격 공개 정책도 영업기밀을 침해하는 정책이었는데, 이번 유통계통별 공급가격 공개가 시행되면 “자본주의사회에서 기업의 기본 개념을 부정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유류세를 내릴 생각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유류세 10% 인하 정책이 시행되고 10일 후 기름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며 "여기에는 국제 유가 상승이라는 요인도 있었지만, 유류세 인하폭만큼 정유사들이 가격을 올릴 여지를 만들어줬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유류세 인하 폭의 일부분을 정유사가 다시 가격을 올려 상쇄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정유사들이 폭리나 담합 등의 얘기만 나오면 자신들의 불투명한 유통구조는 거론조차 않고 유류세만 걸고 넘어진다"며 "그렇지 않아도 세수가 부족해 유류세를 다시 인하할 계획은 논의조차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정유사와 정부가 '네탓 공방'을 하는 가운데 고통은 고스란히 경기불황으로 지갑이 얇아진 서민들에게만 돌아가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이번 정책이 정유사들의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는 정책이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통구조를 투명하게 해 그동안 받아왔던 폭리, 답합 등 억울한 오명을 벗는 계기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정부 역시 전체 세수 중 무려 18%를 유류세에만 의존하고 세수 징수원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세수 행정 편의주의’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정유사와의 논의를 통해 함께 기름값을 안정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손효주 기자 karmar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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