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한국제약협회가 분기별로 무기명 투표를 통해 리베이트 의심기업을 공개하기로 결정하자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시장 자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긍정적 반응과 단순 루머를 기정 사실화해 마녀사냥으로 번질 수 있다는 비판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협회는 최근 이사장단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불공정거래행위 사전관리체계 후속조치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분기별로 회원사 500여개사를 대상으로 무기명 투표를 진행하고 가장 많이 언급된 2~3개사에 대해 50여개 이사단 CEO들에게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사자는 해명의 기회가 주어진다. 여전히 리베이트가 근절되고 있지 않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후의 조치라는 시각이다.
제약업계 리베이트는 뿌리 깊은 관행이다. 신약이 특허만료되면 수십개의 복제약들이 쏟아져 나온다. 복제약들은 약효가 동일하기 때문에 마케팅에서 차별점이 없다. 결국 영업전이 승부를 가른다. 시장 선점을 위해 일부 제약사들은 일시적으로 의료진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다. 300억원대의 돈을 리베이트로 한번에 풀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정부는 제약업계에 횡횡한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각종 엄벌책을 시행했다. 리베이트를 주고 받은 의료진과 제약사 양쪽으로 다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2010년, 2회 이상 리베이트로 적발되면 해당 의약품을 급여 대상에서 퇴출시키는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2014년 도입됐다.
이에 협회는 자정 분위기를 확산시키고자 기업윤리헌장을 2014년 선포했다. 상당수의 제약사들은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을 가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아직까지 리베이트가 근절되고 있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협회는 이번 리베이트 의심기업 공개로 클린영업 자정 노력이 한단계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원 박탈, 수사기관 제보 등 각종 후속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 조치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제약사들은 여전히 리베이트를 하고 있다"며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에 정도 영업을 하는 업체에게 타격이 간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심기업 공개를 하면 리베이트 영업을 견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더 강력한 압박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다른 관계자는 "확실한 근거도 없이 다수에 도는 루머를 기정 사실화하고 공개해버리는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며 "명예훼손이나 법적 분쟁으로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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