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기업의 경영권을 따낸 뒤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사망)씨의 양아들 김모(43)씨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김씨의 주요 혐의 중 200억원대 횡령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차명으로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도 보고의무를 위반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현용선)는 7일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1200만원을 명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기업을 인수한 후 209억원 상당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빼돌린 혐의와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혐의 등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업 인수를 위한 교섭 단계, 인수계약의 체결 단계에 김씨가 참여했다는 사정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김씨가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해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김씨가 신주인수권 160여만주를 차명으로 보유하고도 대량보유 보고를 하지 않은 혐의와 로비자금 등을 갚으라는 이모씨에게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관할 경찰서장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인터넷 사이트에서 구입한 전자충격기 1개를 보관한 혐의 등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범행은 상장법인의 주식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사항을 제대로 보고 하지 않은 것이며 취득한 주식의 수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씨가 허가 없이 소지한 전자충격기가 1개이고 이것으로 추가 범행을 했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받은 피해자가 느낀 위협의 정도가 경미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2012~2013년 위폐감별기 제조업체인 S사를 인수한 뒤 209억여원의 CD를 빼돌려 회사 인수대금으로 빌렸던 사채를 상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또 영상·통신장비제조업체인 B사 BW의 신주인수권을 취득한 후 호재성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주가를 띄우고 신주인수권을 신주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37억5000만원 상당을 챙긴 혐의 등도 받고 있다.
한편, 김씨는 지난 2013년 1월 숨진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씨 아래서 행동대장으로 활동한 적이 있으며 1999년에는 폭행, 2002년엔 특수강도죄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과거가 있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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