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자녀 2명을 두고 있는 장씨 부부는 19년 동안 원만한 결혼생활을 했다. 장씨의 아내 신씨는 화장품 판매로 남편과 맞벌이를 했고 가족은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은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화장품 판매가 부진하던 2013년 4월쯤부터 가정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아내 신씨는 스트레스로 불면·불안증세에 시달렸다. 하루 1시간도 잠을 못 자는 날이 많아졌고, 신씨는 결국 정신과에서 약물치료를 받았다. 항불안제와 수면제 등을 처방받았다. 처방받은 약 중에는 정신분열에 사용되는 약도 포함돼 있었다. 그래도 불면·우울·불안감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대학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이어갔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신씨는 결국 2014년 3월10일 새벽 5시쯤 "갑갑해서 바람을 쐬고 오겠다"고 남편에게 말한 뒤 자신이 살고 있던 아파트 14층 창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들은 신씨가 정신질환으로 인해 자살에 이르렀다며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고의에 의한 자살은 면책사항이라며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유족들이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32단독 임수희 판사는 "보험사는 원고들에게 총 99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신씨는 누적된 불면과 불안, 피로감으로 판단능력이 극도로 떨어진 상황에서 정신적 공황 끝에 투신했다"며 "일시적으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보험사는 "사고는 신씨의 고의로 발생했다"며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보험약관상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사진/이우찬 기자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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