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수감자 치료 소홀로 뇌출혈…"국가가 1억3900만원 배상하라"
법원, "구치소 측 '최선의 조치' 주의의무 다 못했다"
2016-04-18 12:00:00 2016-04-18 12:00:00
[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중증 고혈압 증세를 보인 수감자가 구치소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뇌출혈을 일으키고 후유증이 생긴 사안에서 국가가 책임을 지고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7부(재판장 이창형)는 김모(51)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정부는 김씨에게 1억39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10년 5월 횡령죄로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성동구치소에 수감됐다. 당일 김씨는 210/140mmHg의 중증 고혈압 증세를 보였고 의무관에게서 항고혈압제와 혈전응고예방제 복용을 처방받았다.
 
김씨는 같은 달 31일 혈압이 219/147mmHg로 측정됐고 9일간 복용할 수 있는 항고혈압제를 처방받았다. 다음 달 1일에는 혈압이 176/110mmHg, 7일에는 186/127mmHg로 나타났으나 따로 약을 처방받지 못했다. 9일에는 혈압측정 없이 14일간의 항고혈압제 복용 처방을 받았다.
 
김씨는 11일 밤 8시쯤 구치소 내 화장실에서 갑자기 바닥에 쓰려졌고 인근 병원 응급실에 후송돼 뇌출혈 및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12일 새벽에서야 수술을 받았으나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고 근력 및 감각 저하 등으로 혼자 걷는 일이 불가능해졌다. 
 
이후 김씨는 8개월 동안 구속 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외부 병원의 입원치료 등을 받았다. 2012년 1월 특별사면을 받고 출소한 김씨는 현재 뇌출혈 후유증으로 좌반신 부전마비 및 근위축 등의 장애가 있다.
 
이에 김씨는 지난해 1월 "구치소에 처음 수용될 당시 중증 고혈압 상태에 있었는데 구치소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뇌출혈로 쓰러졌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자칫 뇌출혈로 인한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증 고혈압 환자인 김씨에게 구치소 측은 일반적인 처방만 내려 최선의 조치를 행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다만, 당시 김씨가 의무관에게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설명하거나 적극적으로 치료에 협조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정부의 책임 비율을 50%로 제한했다.
 
2심도 "구치소 측이 혈압측정을 소홀히 하고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았다"며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책임 비율은 원심과 달리 3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과거에도 고혈압 진단을 보였으나 꾸준히 치료를 받지 않았으며 구치소가 김씨의 뇌출혈을 사전에 완전히 예방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도 함께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서울고등법원. 사진 / 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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