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만에 기회를 잡은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가 2안타를 터뜨리며 펄펄 날았다. 게다가 시즌 첫 타점에 호수비까지 보이며 점점 메이저리그에 적응하고 있다. '쥐구멍'까지 떨어져 기회를 엿봤던 김현수에게 '볕 들 날'이 오고 있다.
김현수는 24일(한국시간)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의 코프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원정 경기에 9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 1타점 1삼진을 기록했다. 이날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 첫 타점을 올린 동시에 첫 멀티히트(1경기 2안타 이상)까지 기록했다.
김현수는 첫 타석부터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렸다. 1-0으로 앞선 2회초 2사 1, 2루에서 상대 선발 투수 크리스 메들렌의 초구를 공략해 1타점 좌중간 적시타를 터뜨렸다. 4회와 5회엔 각각 삼진과 1루수 땅볼로 물러난 김현수는 8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두 번째 투수 딜론 지의 2구를 때려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김현수는 곧바로 대주자 놀란 레이몰드와 교체되며 경기를 마쳤다.
김현수는 이날 수비도 빛났다. 2-2로 맞선 2회 2사 후 상대 8번 타자 오마 인판테가 때린 안타성 타구를 정확하게 잡았다. 자신의 키를 넘길 수 있던 타구였지만 김현수는 빠르게 뛰어간 뒤 정확한 포구로 안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간 구단에 공격 외 수비에서도 합격점을 받지 못한 것을 생각할 때 눈부신 변화였다.
이번 활약은 김현수에게 큰 자신감을 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수는 이날 지난 14일 보스턴 레드삭스전 이후 무려 10일(8경기) 만에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15일 텍사스 레인저스전 대타 출전까지 따지면 6경기 연속 계속 결장한 뒤 출전했다. 경기 감각이 좋을 리 없었다. 하지만 김현수는 특유의 정확한 베팅 실력을 뽐내며 자신을 향한 비판적인 여론을 조금씩 잠재우고 있다.
김현수는 24일 기준 타율 5할(10타수 5안타) 1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팀이 16경기를 치른 현재 25%에 불과한 4경기(3선발)에 출전한 것을 생각할 때 좋은 성적표다. 특히 김현수는 선발 출전한 세 경기에서 모두 두 번 이상 출루했다. 기회를 주면 꾸준히 누상에 걸어나가 팀에 득점 찬스를 만들어줬다는 뜻이다. 스프링캠프에서 보인 공수 부진에 벤치로 밀려났지만 조금씩 자기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현재 볼티모어는 16승 5패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을 만큼 팀 성적이 좋다. 다만 주전 지명 타자인 페드로 알바레스가 타율 1할 1푼 8리(34타수 4안타) 1타점으로 부진하다. 이날도 알바레스가 빠지고 타순 조정이 일어나며 김현수에게 기회가 왔다. 김현수는 준비된 자세로 이 기회를 잡았다.
'국내행'까지 거론되며 절치부심 몸을 낮춰야 했던 김현수다. 마침내 달라진 경기력을 발휘하며 조금씩 국내에서 펄펄 날던 '김현수'로 돌아왔다. 아직 모든 게 확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우선 치열한 주전 경쟁을 뚫고 꾸준한 기회를 부여받아야 한다. 다만, 현재 김현수의 조짐이 좋은 것만은 분명하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김현수가 24일 열린 캔자스시티전에서 2안타를 터뜨렸다. 사진은 지난달 6일 열린 미네소타와 시범 경기 장면.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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