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감시대상 제외' 한라, 재무건전성 회복은 조금더
홀딩스로부터 사실상 재무 지원…일시적 효과
재무건전성·향후 먹거리 등 해결 필요
2016-06-01 15:58:23 2016-06-01 16:02:31
[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1분기 개선된 실적을 발표한 한라(014790)가 하향검토 등급감시대상에서도 제외되면서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단기적인 유동성 위험은 완화됐지만 부채비율 등 재무 불안은 아직 해소되지 못한 상태다.
 
1일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한라는 지난 3월 등재된 하향검토 등급감시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는 지난 3월 한라홀딩스가 자회사 한라제주개발을 설립해 제주 세인트포골프장 및 배후부지 개발사업자인 에니스를 인수하면서 관련 리스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에니스는 한라가 지분 72%를 보유했던 자회사로, 법원의 회생계획에 따라 공개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 홀딩스는 총 3000억원(인수금융 900억원 포함)가량을 투자해 에니스를 인수했다. 한라의 기존 매각계획이 원활하지 않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인수를 결정한 것이다. 그룹 지주사인 홀딩스가 사실상 재무적 지원을 해준 셈이다.
 
이 과정에서 한라 측은 약 1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이번 등급감시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었다. 여기에 건축 및 주택사업 부문 호조에 따른 영업수익성 개선과 강도 높은 원가혁신 활동으로 원가율과 판관비가 낮아진 점도 한몫했다.
 
하지만 재무구조 안정성은 여전히 우려 수준이다. NICE신평 측도 등급감시대상에서만 제외했을 뿐 단기신용등급은 유지했다.
 
실제로 별도기준 1분기 보고서를 보면 매출액(3026억원, +5%), 영업이익(144억원, +88%), 순이익(72억원, +66%) 등은 모두 지난해 1분기에 비해 개선됐지만, 기업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나타내는 유동비율(50%, -16%p)과 부채비율(387%, +10%p)은 여전히 반등 기미가 없다. 시공능력평가액(1조9885억원) 기준으로 비슷한 규모의 코오롱글로벌(003070)(1조8118억원, 91%, 374%)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먹을거리인 수주잔고도 비슷한 규모의 건설사보다 적다. 1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2조7381억원)가 또 다른 비슷한 규모의 금호산업(002990)(1조8221억원, 4조6343억원)에 비해 60%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작년에 비해 늘어난 해외수주(6815달러, +72%)를 바탕으로 소폭 증가(+4%)한 것이 위안이다.
 
여기에 도의적인 책임마저 뒤따른다. 한라가 하향검토 대상에서 제외된 한라그룹에 대한 정기평가에서 홀딩스의 장기신용등급이 'A+'에서 'A0'로 하향 조정됐다.
 
강등 요인은 역시 에니스 인수가 핵심이었다. NICE신평 측은 인수에 따른 사업안정성 저하와 인수자금 유출에 따른 재무부담 상승 그리고 향후 부지개발 투자 관련 추가 자금투입 부담 가능성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결국 한라의 재무리스크를 홀딩스가 고스란히 떠안으면서 등급도 전이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홀딩스 소액주주들의 주식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난이 뒤따른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주사는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이 중요하다"며 "계열사의 재무부담 완화를 위해 리스크가 높은 부동산개발사업에 참여했다는 평가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홀딩스는 당시 인수 소식에 주가가 하루 만에 9500원 급락(15.6%)했으며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112억원)에 비해 56% 성장한 239억원을 기록하는 등 견실한 성적에도 주가는 최근 1년새 6만원대에서 벗어나질 못 하고 있다.
 
한라의 등급감시대상 제외와 한라홀딩스의 등급 강등의 핵심인 제주 세인트포골프장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DB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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