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경영권 분쟁 승리와 롯데그룹 개혁을 자신했던 신동빈 회장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누나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비리 의혹에 휘말리며 서울 시내면세점 도전, 호텔롯데 상장 등 중요한 현안들도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둘러싼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정황이 포착돼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신 이사장이 정 대표로부터 롯데면세점 입점과 관련해 거액의 뒷돈을 받은 의혹을 밝히는 것이 수사의 초점이다.
그동안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터진 경영권 분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확보하며 그룹의 '원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데 주력해왔다. 이를 위해 그룹의 '투명경영'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웠고, 분쟁 과정에서 본인이 직접 약속한 호텔롯데 상장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믿었던 신 이사장의 예상치 못한 비리 연루 의혹에 '소유와 경영분리'를 강조해 온 신 회장의 투명경영 의지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신 이사장과 관련된 의혹을 '개인문제'라는 판단 아래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룹 안팎에선 신 회장의 머릿속이 복잡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면서 롯데그룹 개혁 일환으로 '가족의 경영 참여 분리'를 앞세워 온 점을 감안하면 신 이사장의 거취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수사 단계이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지만 검찰 수사 결과 혐의가 드러날 경우 신 이사장의 계열사 등기이사직도 모두 내려놓게 할 가능성이 높다. 신 이사장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
롯데쇼핑(023530), 롯데건설, 롯데자이언츠, 대홍기획, 롯데리아, 롯데재단 등 8개 계열사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재승인에도 치명적 악재가 될 전망이다. 이달 30일 영업을 종료하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특허권 발급에 다시 뛰어든 상태였다. 빠르면 내주 중 결판 날 것이란 추측에 무게가 실려왔던 터라, 승인을 목전에 두고 제동이 걸리게 된 셈이다.
신동빈 회장의 호텔롯데 상장(IPO) 등을 통한 한·일 롯데 '원톱 리더' 완성도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최근 금융당국은 검찰의 롯데면세점 압수수색에 대한 관련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며 증권신고서를 수정해 공시할 것을 주문했고, 결국 호텔롯데의 상장도 다음달 연기로 가닥이 잡혔다.
특히 호텔롯데 기업가치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면세사업이 입점 로비 의혹으로 검찰 압수수색까지 받으면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롯데면세점의 개입 여부가 드러날 경우 상장 자체를 장담할 수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시장 안팎의 분석이다.
호텔롯데 상장을 강행한다고 해도 공모 흥행에는 '먹구름'이 끼게 됐다. 벌써부터 IPO 시장에서는 호텔롯데의 공모가가 예상 범위를 크게 밑돌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달 말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반격의 빌미를 제공하게 됐다.
실제 롯데홀딩스 최대주주 광윤사의 대표이사인 신 전 부회장은 최근 롯데면세점 압수수색과 관련, "광윤사는 롯데그룹 모회사에 해당하는 롯데홀딩스 최대주주로서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에 중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향후 의혹의 내용과 전개에 따라 롯데홀딩스 현 경영진에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고, 필요한 책임을 추궁하겠다"며 6월 말 예정된 정기주총에서 쟁점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달 30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호텔롯데 기업공개(IPO)설명회에 참석한 신동빈 회장. (사진/뉴스1)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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