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기준 상향…대·중소 '희비'
대기업집단 제외 37곳 '환영' 일색…중기 "골목상권 침해 조장"
2016-06-09 17:05:21 2016-06-09 18:10:05
[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대기업집단 기준이 기존 자산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되면서 기업규모별로 경제계 반응이 엇갈렸다. 특히 중소기업계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심화와 골목상권 침해를 우려하며 강력 반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방안을 확정 발표하고 대기업집단 지정 자산 기준을 8년 만에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기존 65개였던 대기업집단은 28개로 줄어들게 됐다. 대기업집단에서 빠진 기업들은 70여개가 넘는 규제에서도 벗어나게 됐다.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이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상향을 앞장서 주장해왔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정부 발표 직후 논평을 통해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건전한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현행 자산 기준 규제는 장기적으로 폐지되어야 한다"면서도 "이번에 지정 기준을 상향하고 3년마다 재검토하기로 한 것은 진일보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대기업집단에서 빠지게 된 기업들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 대기업집단 명단에서 빠지게 된 기업들은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집단 12개와 하림(136480), KCC(002380), 한국타이어(161390), 코오롱(002020), 동부(012030) 등 민간집단 25개다. 이들은 그동안 각종 규제로 막혀있던 인수합병(M&A), 신규사업 진출, 연구개발(R&D) 활동 등에서 숨통이 트였다고 기뻐했다. 
 
특히 올해 4월 대기업집단에 처음 발을 들였던 셀트리온(068270)카카오(035720)는 가슴을 쓸어냈다. 카카오 관계자는 "70여가지 규제가 새로 생기면서 사업 속도가 뒤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걱정했었다"며 "다행히 이번 기준 상향으로 우려가 해소되고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역시 R&D 세액 공제 등의 혜택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반색했다. 회사 관계자는 "대기업집단으로 편입되면서 R&D 새액공제율이 8%에서 3%로 떨어졌으나 다시 8%로 복귀하게 됐다"라며 "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R&D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만큼 굉장히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분리되면서 대기업집단에서 빠졌다가 올해 4월 대기업집단으로 재진입했던 금호석유(011780)화학 역시 정부 조치를 반겼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상 판단의 범위, 자율성, 속도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라며 "M&A, 신규사업 진출 등 기업 성장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소기업계는 불편한 속내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번 기준 상향으로 65개 대기업집단 중 절반이 넘는 37개 집단, 618개 계열사가 상호출자, 순환출자 등의 규제에서 벗어남에 따라 경제력 집중 심화와 중소기업·소상공인 골목상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현행 유지를 촉구했다. 특히 "카카오, 하림 등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택시, 대리운전, 계란유통업 등 골목상권 위주로 진출함에 따라 중소상인들과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으며, 스타트업 생태계 파괴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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