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국내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위험하고 힘든 일을 기피하는 국내 청년층을 대신해 외국인 노동자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교량건설 등 오지 작업장의 경우 기술직을 제외하면 외국인 노동자가 대부분인 곳도 많다. 내국인 현장 노동자의 평균 연령이 50대에 달할 만큼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현장이 늘어난 탓이다.
근력을 필요로 하는 골조공사 등 일부 분야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현장운영이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급증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법·제도적 지원은 취약한 실정이다. 합법적인 고용이 불편하고 어렵다보니 불법고용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과 체류기간 연장, 고용절차 간소화 등 법·제도를 개선해 합법적인 고용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대부분은 고용허가제와 방문취업제를 통해 건설현장에 취업한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경우 입국 후 3년이 지나면 출국해야 하며 이후 재입국이 가능하다. 3년이 지난 이후에도 출국하지 않고 현장에서 계속 일할 경우 불법취업자가 된다.
하지만 건설업에 대한 배정 인원규모가 적고, 현장 간 이동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고용허가제를 통한 건설업 외국인 노동자 배정인원 수는 지난해 2350명에서 올해 2500여명으로 소폭 늘었지만 업계에서는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배인 5000명 이상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신청에서 도입까지 최대 4개월이 소요되는 등 시간이 오래 걸려 건설사로써는 정해진 인력 수급 계획을 맞추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국 후 3개월이면 재입국이 가능한 농축수산업, 일부 영세 제조업과 달리 출국 후 6개월이 지나야 재입국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장 운영에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불만도 많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법에서 정해진 대로 출국 후 재입국을 하기 보다는 출국 기간이 만료된 후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일을 계속하는 사례가 많다. 외국인 노동자의 입장에서도 경력이 쌓이면 임금 수준이 높아져 출국 보다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라도 계속 일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또 외국 인력의 고용관리는 고용노동부, 체류관리는 법무부에서 나눠서 하다 보니 관련 서류 등 행정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이 많아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2007년 3월 도입된 방문취업제는 중국 및 러시아, 중앙아시아 지역 국가의 해외 동포에게 1회 최장 3년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제도다. 제조업, 건설업 등에만 적용이 가능한 고용허가제에 비해 외국인 노동자의 업종별 선택의 폭이 넓고 사업장 변경 제한이 없다.
방문취업제로 국내 건설업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취업 교육 이수 후 건설업 취업인정증을 발급받아야 하는데 이를 발급받고도 실제 현장에 근무하지 않는 노동자 수가 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많은 수의 동포들이 당장 건설업에 종사하기 보다는 미래 대비수단으로 건설업 취업인정증을 받아두는 사례가 많은데 이로 인해 실제 현장에는 인력이 부족한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건설업 취업가능 인원은 5만5000명으로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건설업 취업가능 인원을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 숙련공에 대한 수요가 높은 만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훈련프로그램을 강화해 달라는 요구도 있다. 지난 2010년에는 건설업의 기초직무 훈련이 시행됐지만 이후에는 별도의 훈련프로그램이 운영되지 않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건설업은 제조업 등 다른 업종과 달리 생산현장의 개폐가 반복적이고 이에 따른 노동자의 이동성이 높고 빈번하다는 점을 반영한 제도운영이 요구되며,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을 감안해 건설업의 외국인력 쿼터를 점진적으로 상향하는 방향으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만성적인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국내 건설현장에서 외국 인력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대전 서구 인근 공사장에서 한 외국인 근로자가 일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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