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국내 은행권 최고경영자들이 올 하반기를 맞아 수익성 확보에 한 목소리를 냈다. 저금리와 핀테크,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의 불안정한 대내외 여건 속에서 비용 절감, 성과주의 도입 등을 통한 체질개선으로 영업 전선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반기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조회사 및 워크숍을 열고 임직원 독려에 나서고 있다.
윤종규
KB금융(105560)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이날 7월 조회사를 통해 개인 성과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업과 팀워크도 중요하지만, 개인 성과도 적절히 반영해야 직원들이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견해다.
윤 회장은 "앞으로 성과주의 운영은 협업과 팀워크의 바탕 위에서 지금처럼 부·점 성과와 더불어 팀 성과는 물론 개인성과도 일부 반영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병 신한은행장도 지난 1일 열린 '하반기 임원·본부장 워크숍'에서 "하반기에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연한 전략과 기민한 실행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조 행장은 "저성장·저금리 시대가 장기화되고 핀테크와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며 "최적화된 전략 수립을 위해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미래 핀테크 시대에 대응하자"고 덧붙였다.
기업은행은 비용절감과 효율적인 조직운영으로 수익성 강화에 주력한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하반기 경영계획 워크숍'에서 경영전략회의에서 ▲수익성 강화 ▲철저한 건전성 관리 ▲촘촘한 비용 관리 ▲연계상품 출시 ▲성과연봉제 정착 등 5대 과제를 주문했다.
권 행장은 "다양한 비용절감 방안과 조직개편 논의 등에 대해 다소 불편함이 따를 것"이라며 "조직의 미래를 위해 합심해서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주력 자회사인 농협은행은 조선 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막대한 규모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농협은행은 조선과 해운업종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연말까지 6조원대에서 4조원대로 낮출 방침이다. 올 상반기 부실 기업들에 대한 부실을 다 털어내고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해 흑자 경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경섭 행장이 직접 주관해 부실 기업에 대한 관리대책을 마련했다"며 "연말에는 은행의 흑자 결산과 금융지주내 타 계열사 수익 등으로 경영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은행도 이달 말쯤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조만간 지점장급과 부지점장급의 승진자를 대폭 확대하는 인사를 단행한다. 개인평가 대상인 부지점장급이 많아지는 만큼 실적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통해 은행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달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전산통합을 완료한
하나금융지주(086790)는 '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전산 통합이 완료함으로써 그동안 미뤄온 일임형 ISA 상품 출시가 가능해졌고, 삼성페이 제휴 등 신규사업 진출도 가능해졌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상반기 전산통합이라는 물리적 결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만큼 하반기에는 서로 다른 조직문화를 개선해 하나로 뭉칠 수 있도록 진정한 화학적 통합을 이뤄내겠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사진/각 은행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