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의사가 거짓 내용을 블로그에 올린 것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지만, 의원 내 유리 액자로만 알렸다면 이를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모(37)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박씨가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거짓 내용이 기재된 명패를 촬영해 게시하면서 거짓 광고를 했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며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2014년 4월부터 7월까지 블로그에 미국 병원 교환과정 수료 등 거짓 내용이 기재된 명패를 사진으로 촬영한 후 올려 이력에 관해 거짓 광고를 한 혐의로 기소됐고, 1심 재판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박씨는 "블로그에 사진 등을 게시하는 것은 '광고'에 해당하지 않고, 사진에 나타난 명패의 기재 내용은 의료인으로서의 이력에 관한 사항에 불과하므로 '거짓이나 과장된 내용의 의료광고'를 한 사실이 없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박씨가 블로그에 게시한 의료인의 이력에 관한 거짓 광고도 실제보다 지나치게 부풀려진 내용으로 의료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을 오인·혼동하게 할 염려가 있는 광고에 해당한다"며 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신문, 잡지 등은 일방적인 광고에 불과하지만, 블로그는 대중과 양방향 소통으로 정보를 제공한다"며 "인터넷이 일반화된 현대 사회에서 오프라인 광고보다 오히려 광고의 기능과 역할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법원 3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59)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광주지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유리 액자 형태의 약력서를 의원 내에만 게시했을 뿐 신문, 잡지 등에 알린 것은 아닌 점, 이 약력서는 의원에서만 볼 수 있어 전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의료광고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씨는 2005년 12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미국치주과학회 정회원이 아님에도 자신의 약력에 포함한 후 유리 액자에 게재해 허위 광고를 하고, 2010년 8월부터 2011년 7월까지 진료기록부를 기재하지 않는 등 혐의로 기소됐다.
다만 대법원은 이씨가 치아 치료와 임플란트를 식립한 환자에 대한 의료행위를 진료기록부에 직접 기재하지 않고, 간호사 2명에게 대리 기재하게 한 후 진료기록부에 서명하지 않은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유지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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