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자살보험금 지급 문제를 놓고 금융감독원과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빅3 생명보험사의 싸움이 시작됐다. 금융감독원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에 대해 본격 제재에 들어갔지만, 이들은 끝까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이달 중순까지 생명보험업계 '빅3'에 포함되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에 대한 현장검사를 마친 뒤 추가 검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장 검사에 나선 금감원은 특약뿐만 아니라 주계약에서 보장한 자살보험금 규모와 지연이자 계산이 적정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살보험금이 주계약까지 번지면 지급해야 할 보험금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생명(032830)(607억원), 교보생명(265억원),
한화생명(088350)(97억원) 등 '빅3'를 비롯해 알리안츠·동부·KDB·현대라이프 등 7개사는 보험 청구권 소멸시효(2년)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 결정을 미루고 있다.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도 지급해야 하는지를 다투는 소송이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는데, 그 전에 보험료를 지급하면 배임 소지가 있다면서 판결이 나온 후 지급 여부를 정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대법원의 소멸시효 판결과 관계없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이들 보험사에 대한 제재 절차에 들어갔다. 현재 금감원은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현장검사에서 자살보험금 미지급 건수와 금액, 지연이자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다.
금감원은 현장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살보험금 미지급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따져 제재한다는 계획이다. 삼성·교보생명 검사 이후 다른 보험사에 대한 추가 현장검사도 계획하고 있다.
문제는 생보사의 자살보험금이 알려진 것보다 많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조사한 2465억원은 재해사망 특약인 경우에 해당되고 주계약이 재해사망인 계약까지 포함하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빅3 중 삼성생명 ‘퍼펙트교통상해보험’으로 주계약에서 재해사망을 보장한다. 삼성생명은 이 보험의 가입자가 자살하면 일반사망 보험금만 지급해왔다. 이 유형까지 자살 시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면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1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교보생명도 '차차차 교통안전보험'의 주계약에서 재해사망을 보장했다. 교보생명 역시 특약에서 보장한 자살보험금만 계산해 금감원에 미지급 자살보험금이 265억원으로 보고했지만 주계약까지 포함하면 3배 이상 많은 900억원대로 불어난다. 한화생명 역시 주계약에서 재해사망을 보장하는 '베테랑상해보험'을 판매했다. 이를 포함하면 한화생명의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700억원대로 금감원에 보고한 97억원 대비 7배 이상 불어난다.
이렇듯 금감원의 압박이 심하지만, 보험사들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소멸시효와 관련해 대법원 승소 확률을 90% 이상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보험사 법무팀은 대법원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소멸시효가 지난 계약에도 자살보험금을 지급했다가 대법원이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을 내리면 경영진의 배임이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소멸시효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며 "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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