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공인중개사들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동안 공인중개 업무는 공인중개사만의 전문영역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 변호사로 구성된 부동산 중개서비스 업체가 영업을 시작한 데 이어 종합부동산회사들도 중개 업무 허용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업역 붕괴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러스트부동산은 올 1월 최대 99만원의 중개수수료를 내걸고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시작했다. 공인중개사 대신 변호사들이 주축이 된 트러스트는 지난 3월 첫 계약 성사 이후 꾸준히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중개업계는 공인중개사 고유 영역을 변호사가 침범한다고 반발하며 고발 조치를 취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인중개사 면허를 가진 변호사가 등장하면서 위법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종합부동산 회사들이 공인중개 업무를 허용해달라며 정부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도 공인중개사들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리츠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종합부동산 회사의 공인중개 업무 허용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시행, 시공을 비롯해 중개, 임대, 관리 등 부동산 전 분야를 다룰 수 있어야 리츠 시장이 활성화 된다는 주장이다.
부동산 전자계약시스템 확대도 공인중개사들의 설 자리를 좁게 하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앱을 이용한 직거래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전자등기를 이용해 등기 수수료를 절약하게 되면 부동산을 찾는 발길이 더 뜸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전자계약시스템은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 하반기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중개업계에서는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중개업계에 새로운 경쟁자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누적 공인중개사 면허 소지자는 36만명이 넘고 매년 새롭게 1만명 이상이 면허를 취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간 2조원 규모의 중개시장 수익성은 꾸준히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영등포구 A공인중개사 대표는 "중개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이야기는 벌써부터 나왔다"며 "최근에는 매매나 전월세 거래도 줄어 이제는 정말 위기라는 인식이 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러스트부동산이나 앱을 통한 직거래 등이 기존 부동산을 이용하는 것에 비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개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트러스트부동산의 경우 현행 중개료율 체제와 달리 수수료를 최대 99만원으로 한정해 부동산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 차이가 크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더 늦기 전에 전문성을 키우고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개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지속된 독점체제에 물들어 서비스 마인드가 낮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서비스 마인드 제고와 함께 허위매물, 무자격자 영업, 과한 중개수수료 등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사안에 대한 개선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러스트부동산, 전자등기 확대, 종합부동산 회사의 중개업무 허용 요구 등으로 인해 공인중개사의 설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 앞에 전세 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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