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삼성전자와 TSMC 간의 반도체 파운드리 경쟁이 치열하다. 양사는 각각 퀄컴과 애플 공급망에서 영역을 넓히며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이고 있다. 동시에 생산된 칩은 올 하반기를 달굴 갤럭시노트7과 아이폰7에 탑재돼 삼성과 애플 진영 간의 승부로도 비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먼저 퀄컴 공급망에 진입하며 TSMC에 일격을 가했다. 삼성전자는 연 초 칩 성능 개선이 가능한 14나노 LPP 신공정을 발표했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820 칩이 해당 공법을 통해 양산될 예정이다. 이 칩은 갤럭시노트7에 탑재될 것이 유력하다.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는 20일 “TSMC에 의존했던 퀄컴의 파운드리 공급망에서 삼성의 비중이 커졌다”며 “삼성전자 캐파의 한계 때문에 더 늘어나지 못할 정도”라고 전했다. 이어 “삼성이 유일한 14나노 핀펫 공정은 가격과 성능 모두 강점이 있다”며 “TSMC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멀티 벤더를 구축하려는 퀄컴의 니즈와도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애플의 공급망에선 TSMC의 승전보가 들린다. 애플의 A10 칩은 TSMC가 삼성을 밀어내고 대부분 혹은 전량을 공급할 것으로 관측된다. A10 칩은 오는 9월 출시될 애플 아이폰7에 탑재된다. 아이폰6에 쓰인 A9 칩은 삼성과 TSMC가 함께 공급했었다. TSMC는 삼성보다 입체공정 도입이 늦어 16나노 핀펫 공정을 쓰고 있지만 가격이나 성능 면에서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애플 외에 자일링스, 미디어텍, 하이실리콘 등도 TSMC에 물량을 맡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과 TSMC는 모두 연말 10나노 핀펫 공정에 진입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 또한 애플이 TSMC의 손을 들어준 결과라는 소문이 나돈다. 내년 아이폰8 등에 쓰일 A11 칩도 TSMC에 맡겼다는 것이다. 애플은 지난 수년간 삼성에 대한 칩 물량을 줄여왔다. 일각에선 삼성을 아예 배제시킬 것이란 극단적 시각도 있다. 글로벌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강력한 경쟁사에 물량을 줄 이유가 없다는 이유다.
때문에 갤럭시노트7과 아이폰7 간의 승부는 부품 실적으로 이어져 진영 간의 경쟁으로도 번질 전망이다. TSMC가 훨씬 효과적인 10나노 공정법을 찾았다는 분석도 있다. 양사는 향후 10나노, 7나노, 5나노까지 기술 선개발을 통한 고객 선점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TSMC는 2020년까지 5나노 양산에 진입하기 위해 울트라바이올렛(EUV) 신공법 계획에 돌입하며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도 7나노 개발을 위해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TSMC가 모바일 AP칩 부문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엑시노스 AP 칩. 사진/삼성전자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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