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대법원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주범으로 재판 중인 라덕연 씨에 대해 차익결제거래(CFD) 주문도 시세조종에 해당한다며 유죄 취지 파기환송한 가운데, 배후에선 국내 증권사들이 떼인 미수금을 건지기 위해 연루자들의 은닉 재산 추적에 한창입니다. 관련 부실채권을 떠안았던 SK증권, iM증권, 대신증권이 연대를 맺고 사건 연루자의 부동산 처분을 두고 사해행위취소 소송에서 최근 승소해 현금 환수 길이 열렸습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SK증권, iM증권, 대신증권 등 3개 증권사는 라덕연 주가조작 세력 연루자 A 씨의 지인들을 상대로 제기한 사해행위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습니다(피고 항소 기각). 사건은 지난 2023년 4월24일 사상 초유의 8개 종목 연쇄 하한가 사태 직후 발생했습니다.
재판부가 인정한 사실을 보면, SG발 주가 폭락 사태에 연루돼 증권사 3곳에 총 26억원이 넘는 미수채무를 지게 된 투자자 A 씨는 곧바로 무자력(채무초과) 상태에 빠졌습니다. A 씨는 사태 발생 직후인 2023년 5월과 7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다세대주택(빌라)의 소유권 이전을 진행했습니다. 수년간 아무런 변제 독촉도 없던 지인들 명의로 채권최고액 수억원짜리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뒤, 매매대금을 매도인이 아닌 제3자에게 입금받는 거래 형태로 빌라 소유권을 지인에게 넘겼습니다.
그러나 미수금 회수를 위해 연루자들의 자산 흐름을 추적하던 증권사들에 이 비정상적인 지인 간 부동산 거래가 포착되면서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소송에서 증권사들은 사해행위를 주장했고 피고들은 선의 항변으로 맞섰습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들과 A는 통상적인 계약관계와는 다르게 서로에 대한 개인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지속해 왔고, 수년간 대여금 채무에 대해 담보도 제공받지 않고 변제 독촉도 하지 않다가 SG 사태 이후인 2023년 5월 및 같은 해 7월에야 이 사건 각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치거나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했다”며 “피고가 A의 재산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해 선의 항변을 배척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대형사에 비해 자산 회수 전문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형 증권사들이 공동전선을 구축해 거둔 결실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습니다. 세 증권사는 법무법인 세한을 공동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해 묶음 소송을 진행하며 효율성을 극대화했습니다. 특히 법원은 단순히 부동산 소유권 자체를 돌려놓으라는 일반적인 원상회복 명령 대신 가액배상을 판결했습니다. 채무면탈 의혹을 받는 연루자들의 자산을 상대로 금융기관이 법적인 집행력을 갖춘 현금 회수 통로를 열어젖힌 셈입니다.
이번 판결은 3년 전 자본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장외파생상품 CFD의 위험성도 보여줍니다. 똑같은 투자자(A씨)가 동일한 시기에 폭락을 맞았음에도, 일반 주식 신용거래 대출을 제공한 iM증권과 대신증권의 미수 원금은 각각 5억~6억원대 수준에 묶였습니다. 반면 최소한의 증거금만으로 수배의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한 CFD 계좌를 열어줬던 SK증권은 14억원대 부실을 떠안았습니다.
당시 SK증권 내부 규정상 증거금률이 80% 하회 시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60% 하회 시 즉시 반대매매 규정이 존재했으나, 연속 하한가라는 호가 공백 앞에서는 시스템이 무력화되면서 사흘 넘게 강제 청산이 지연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이 단일 고객의 14억대 부실 사례는 사태 직후 금융당국이 중소형 증권사의 CFD 취급 한도를 자기자본과 연동하고 전문투자자 요건을 강화시킨 규제 당위성으로도 연결됩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법원의 라덕연 파기환송 판결로 CFD 거래의 범죄 혐의가 사법적으로 인정되면서, 증권사들이 진행 중인 미수금 환수 민사 소송과 강제집행 절차는 더 탄력을 받게 됐다"며 "이번 사건은 연루자의 은닉 자산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는 선례를 남긴 점에 의의가 있다"고 했습니다. 현재 해당 사건은 피고들의 불복으로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입니다.
서울고등법원. 사진=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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