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서울시가 지하철역 출입구 10m 이내 흡연 단속을 시작한 첫날인 1일. 흡연인원이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러나 흡연부스 부족 등으로 '몰래흡연'을 하는 애연가들은 여전히 있었다.
이날 시는 지난 5월부터 실시한 지하철역 출입구 주변 금연구역 지정과 계도기간을 끝마치고 집중 단속에 나섰다. 시와 자치구의 홍보 탓인지 단속 첫날 지하철 역 인근에서 담배를 피우는 시민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로 이날 종로구의 경우 2인 1조 2개 팀이 오전 8시30분부터 4시간동안 혜화역과 광화문역, 종각역 일대를 돌아다니며 단속을 실시한 결과 총 2명을 적발하는데 그쳤다.
종로구 단속원 김두만(67)씨는 "단속 자제가 목적은 아니지만 사전에 언론보도나 홍보가 잘 돼서 그런지 생각보다 지하철역 주변에서 흡연하시는 분들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전에 광화문역 3번 출구에서 적발된 시민도 과태료를 부과하자 크게 불만을 표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화문역 인근을 지나던 김미연(33·여)씨도 "확실히 길을 걸어 다닐 때 담배냄새가 안나는 거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앞서 시가 지난 5월 실시한 조사에서도 지하철 출입구 주변이 금연 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에는 시간당 39.9명이 흡연을 했지만, 금연 구역 지정 후에는 시간당 5.6명으로 평균 34.3명(86.1%)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간당 흡연자가 221명에 달했던 삼성역 4번 출입구는 금연구역 지정 후 시간당 4명으로 무려 217명(98.2%)이 줄었다.
1일 오전 10시 서울역 2번 출구 앞에서 시민 2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하지만 이날 다른 지하철역 출입구에서는 단속원을 피해 흡연을 하는 경우가 종종 목격됐다.
단속이 예고된 서울역의 경우도 인적이 드믄 2번 출구 근처에서 아무렇지 않게 흡연을 하는 시민들을 볼 수 있었다.
지하철 출입구 금연구역 단속이 시작됐는지 알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최모씨(62)는 "담배피러 저기(서울역 흡연부스)까지 걸어가야 하는데, 눈치껏 피는 거지"라며 별일 아니라는 듯 반응했다.
실제로 서울역 2번 출구에서 서울역에 하나뿐인 흡연부스까지 거리는 100m가량 떨어져 있다. 하지만 흡연부스까지 가서 담배를 피우더라도 공간 자체가 비좁아 대부분이 흡연부스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출장을 간다는 영업사원 이태호(34)씨는 "흡연부스라도 늘려주고 피우라고 해야지 안에 사람이 저렇게 많은데, 안 그래도 바쁜데 줄 서서 기다렸다가 피우라는 거냐"며 오히려 화를 내기도 했다.
군 휴가를 나온 최모씨(22)도 "담배 피우는 환경만 놓고 보면 군대가 훨씬 나은 거 같다"고 말했다.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흡연부스가 좁아 일부 흡연자들이 흡연부스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시민 대다수는 시의 이 같은 금연정책에 대해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일부에서는 금연구역에도 별도의 흡연공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가 지난 5월 시민 7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75.9%(568명)가 '금연구역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있는 별도 공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1일 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서울시 실내·외 금연구역은 총 22만7455곳인데 반해 거리 흡연시설은 33곳에 불과하다.
서울역 인근에서 담배를 피우던 직장인 김성수(31)씨도 "간접흡연이 좋은 것도 아니고 시에서 한다는데 뭐 어떡하겠어요"라면서도 "금연구역 늘리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흡연부스나 공간은 좀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김은순 시 건강정책 팀장은 “서울에 금역구역이 아닌 곳은 전부 흡연구역인데, 금연정책 방향이 흡연부스를 늘리는 것은 아니”라며 “시와 자치구에서 금연구역을 지정하는 곳은 시민들이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주요 곳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25개 자치구는 구별로 장소와 시간을 정해 지하철 출입구 주변과 자체적으로 지정한 금연구역에 대한 단속을 진행할 계획이다.
1일부터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서울시 종로구 르메이에르 뒤편 청진공원에서 종로구 단속원들이 현장에서 적발된 흡연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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