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변호사들이 부검영장 집행을 포함한 고 백남기씨 사망 사건 수사를 특별검사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포함한 변호사 119명은 7일 성명을 내고 “유족들이 부검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고 백남기씨 사망에 원인을 제공한 경찰이 부검을 하려 하기 때문”이라며 “유족들은 경찰이 부검을 통해 자신들의 책임을 은폐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고, 그러한 불신에는 합리성이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나 변호사 등은 고인의 사인이 서울대 병원 주치의가 기록한 사망진단서상 직접사인인 병사와는 달리 법적으로는 경찰의 물대포로 인한 외인사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1994년 3월22일 선고된 대법원 판결은 칼에 찔린 피해자가 치료과정에서 음식과 수분 섭취를 억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김밥과 콜라를 먹었다가 합병증으로 사망한 사건에서 피해자의 사망에 피해자 자신의 과실이 개재됐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를 칼로 찌른 것과 피해자의 사망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했다”며 “법적으로 볼 때 경찰이 고인의 상반신을 향해 물대포를 직사한 것과 고인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부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고인의 주치의였던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가 작성한 고인의 사망진단서에는 선행사인으로 급성 경막하출혈, 중간선행사인으로 급성신부전증, 직접사인으로 심폐기능정지라고 돼있으며, 직접사인을 기반으로 사망원인을 ‘병사’로 분류했다.
백 교수는 생전 고인이 수술을 받은 뒤 합병증이 발생했고 특히 신부전증 증상이 왔을 때 혈액투석이 필요했으나 유족들이 고인의 뜻에 따라 적극적인 연명치료나 혈액투석을 원하지 않아 심폐기능정지에 이른 것이라며 사망원인을 ‘병사’라고 설명했다.
반면, 사망진단서 논란이 불거지자 꾸려진 서울대병원과 서울대의대는 합동 특별조사위원회가 진상 조사에 나섰고, 그 결과 위원장인 이윤성 서울대 법의학실 교수는 “나라면 (사망진단서에)외인사라고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이것이 특별조사위원회와 서울대의 결론이라고 언론보도를 통해 밝혔다.
그러나 이 교수는 “사망진단서는 주치의가 작성하게 돼있다”며 백 교수 동의 없이는 사인 변경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자신의 병사 판단을 고수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고인의 부검이라는 강제처분 없이 임의수사를 통해 가능하기 때문에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의 필요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나 전 회장 등은 “고인이 머리에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는 장면은 이미 여려개의 동영상으로 남아있고, 법원은 이미 고인의 진료기록에 대해 압수수색을 허용했다”며 “여기에 대법원 판례를 종합해보면 고인의 사망은 물대포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따라서 굳이 부검을 하지 않아도 수사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사들은 설령 영장 집행을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발부한 영장의 조건상 유족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유족의 동의가 없으면 부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8일 법원이 발부한 부검영장에는 “부검 실시 이전에 부검의 시기·방법·절차에 관해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하여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나 전 회장 등은 “법원이 정보의 단순한 ‘제공’을 넘어서 ‘공유’까지 요구한 것은 부검의 모든 과정에서 유족이 공동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결국 법원이 부검에 유족의 동의를 요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사들의 의견에 따르면 유족이 동의하지 않는 부검은 위법한 강제처분이기문에 부검 결과도 재판에서 적법한 증거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서울 종로경찰서의 신청을 받아 부검영장을 청구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영장이 발부된 날 "법원의 취지는 장소와 방법에 관해 유족의 의사를 들으라는 것"이라며 영장을 집행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원의 영장 유효기간은 오는 25일까지이다.
경찰이 지난해 11월14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서울광장에서 민중총궐기대회를 마치고 청와대로 행진하려는 참가자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사진/뉴스1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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