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폐암신약 글로벌 임상 기로
"FDA 신속허가 불가능"…파트너 선정에 좌우
2016-10-10 06:00:00 2016-10-10 06: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베링거인겔하임이 한미약품(128940) 폐암 항암제 '올무티닙'의 라이센싱을 반환하면서 올무티닙의 글로벌 임상 추진에 중대한 기로에 빠졌다. 한미약품은 글로벌 파트너를 물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올무티닙이 글로벌 진출에 실패하고 국내용으로만 머무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 30일 내성표적 항암신약 올무티닙의 권리를 한미약품으로 반환하기로 결정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해 7월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판권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한미약품과 체결한 바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의 라이센싱 반환으로 올무티닙의 글로벌 진출이 위기에 빠졌다. 한미약품은 진행 중인 글로벌 임상 2상이 내년 8월 정도에 종료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2상 결과가 나오면 FDA에 신속허가 절차를 밟을 계획이었다. 
 
글로벌 2상은 환자 16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200억원이 사용될 것으로 알려진다. 임상 비용은 베링거인겔하임과 한미약품이 분담했다. 2상 환자수를 감안하면 글로벌 3상은 환자 600여명으로 진행돼 최소 7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700억원은 한미약품이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비용이다. 지난해 체결한 기술수출 계약금만 1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전세계에 물량을 공급하려면 거대한 유통망이 필요하다. 글로벌 파트너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올무티닙의 시장성이다. 경쟁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가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허가를 받아 올무티닙의 경쟁력에 치명타를 입었다는 게 중론이다. 
 
타그리소는 지난해 11월 FDA, 올해 2월 유럽의약국으로부터 신속허가를 받았다. 신속허가는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대체치료제가 없는 혁신신약을 조건부로 허가해 주는 제도다.
 
업계 관계자는 "타그리소가 신속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대체치료제가 생긴 것"이라며 "타그리소가 앞서 나갔기 때문에 올무티닙이 FDA로부터 신속허가를 받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무티닙 개발을 포기한 것도 이 부분이 큰 작용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무티닙은 미국과 유럽에서 신속허가를 받지 못하고 3상을 진행해야 허가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타그리소보다 최소 2~3년 상용화가 늦어지는 셈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올무티닙이 국내서 부작용 논란을 빚고 있지만 환자 약물 효용성이 높다면 향후 부작용을 관리하는 조건으로 미국 허가가 가능하다"며 "올무티닙이 타그리소보다 약효에서 우월한 장점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반값 이하로 가격이 저렴할 것으로 보여 다른 글로벌 파트너가 도입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열린 올무티닙 기술수출 취소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이관순(왼쪽) 한미약품 사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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