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갤럭시노트7 재기에 또 다시 제동이 걸렸다. 새 제품 교환 이후에도 발화 제보가 잇달으면서 미국 주요 이동통신사들이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삼성전자도 제품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이달 말로 예정된 유럽 출시 일정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행보도 불투명해졌다.
삼성전자는 10일 거래소의 갤럭시노트7 조회공시 요구에 "최근 갤럭시노트7 소손 발생으로 정밀한 조사와 품질 관리 강화를 위해 공급량 조정이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삼성전자 협력사 등에 따르면 글로벌 물량을 책임지는 베트남 공장을 포함해 갤럭시노트7 생산라인이 일시적으로 멈춰섰다. 삼성전자는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기술표준원을 비롯해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 중국 규제당국 등 각국 정부 기관과 협력해 이상 여부를 조사 진행 중이다. 글로벌 전면 리콜이라는 극약처방도 무위로 돌아가면서 삼성전자의 당혹감도 커졌다.
지금까지 보고된 갤럭시노트7 신제품 발화 사례는 미국 5건, 한국 1건, 중국 1건, 대만 1건 등이다. 이중 국내에서 발생한 1건에 대해서는 SGS한국지사와 한국산업안전기술원의 조사 결과 "강한 외부 충격이나 눌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어졌다. 그러나 해외 사례 7건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다.
특히 가장 많은 제보가 있었던 미국의 상황은 악화일로다. 지난 5일(현지시간) 비행기 내에서의 발화 사건을 시작으로 텍사스, 버지니아주 등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관련 제보가 이어졌다. CPSC는 미국 항공 당국과 삼성전자의 협조를 얻어 기내 발화 건을 조사 중이다. 여론도 급속도로 냉각됐다. IT 전문매체 샘모바일의 설문조사 결과 총 5522명의 응답자 중 49%(2714명)가 "삼성전자는 즉시 갤럭시노트7의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미국 4대 통신사들은 새로운 갤럭시노트7의 안전이 담보될 때까지 판매와 재교환을 중단키로 했다. 9일 AT&T는 성명을 통해 "CPSC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갤럭시노트7 재교환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T모바일도 "새 갤럭시노트7 판매와 갤럭시노트7 교환 제품의 재교환을 모두 중지한다"고 말했다. 스프린트는 온라인숍에서 갤럭노트7을 숨겼고, 버라이즌의 온라인숍에는 갤럭시노트7이 '재고 없음'으로 표시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전략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의 판매가 중단되면서 생산을 지속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판단됐을 것"이라며 "CPSC의 발표 결과가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사태가 이 정도 악화됐으면 배터리로 문제를 단정 짓기보다 제품 전체로 조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중 최대 쇼핑시즌인 연말 성수기 효과도 무색해지면서 4분기 실적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전날 사상 최고가를 찍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갤럭시노트7 파장으로 1.52% 하락한 168만원에 장을 마쳤다.
한편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국내 45만6000대의 갤럭시노트7 리콜 대상 제품 중 지난 8일까지 약 85%인 38만9000대가 수거됐다고 밝혔다. 35만2000대가 교환됐으며, 환불 처리된 제품은 2만1000대에 그쳤다. 재고품 회수는 1만6000대에 달했다. 국표원 관계자는 "아직도 7만여대가 사용되고 있어 삼성전자에 조속한 수거 조치를 요청했다"며 "소비자들의 신속한 수거 협조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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