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광은 누구에게
하루키 유력하지만 문단 평가 엇갈려…고은 시인, 가능성 6위 올라
2016-10-13 06:00:00 2016-10-13 06: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노벨상의 꽃’으로 불리는 노벨 문학상 발표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스웨덴 현지시간으로 13일 오후 1시(한국시간 저녁 8시)에 진행되는 수상 발표를 앞두고 아직까지도 수상 유력 후보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현재 유력한 수상 후보로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케냐 소설가 응구기 와 티옹오, 시리아 시인 아도니스, 미국 소설가 필립 로스, 한국의 시인 고은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올해는 수상자 발표일이 1주일이나 연기돼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 의견불일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도 끊임없이 제기돼왔었다.
 
다양한 전망과 평가 속 올해 노벨문학상의 영예는 결국 누구에게 돌아갈까. 해외 도박사이트와 외신, 국내외 출판계 문인들과 평론가들을 통해 수상 유력 후보의 가능성을 짚어본다.
 
외신·해외 도박사이트, 하루키에 베팅
 
해외의 온라인 도박사이트와 외신들은 일제히 하루키의 수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지난해 수상자를 적중시킨 영국의 온라인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는 지난달부터 1달여간 하루키를 1위 후보로 꼽아왔다. 수상 발표 3일 전인 10일(현지시간) 하루키는 배당률 5대1로 케냐 소설 응구기 와 티옹오(4대1)에 이은 2위에 랭크됐지만 여전히 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은 하루키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다만 문단에서는 하루키의 작품이 노벨상 선정 기준에 합당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한림원 측이 수상 기준으로 선호하는 이상주의나 사회성, 역사성과 다소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스웨덴에 출장 중인 듀케 유키코 아사히신문 기자는 “한림원은 하루키의 작가로서의 잠재력은 인정하지만 노벨문학상을 받을만한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그동안 수상자들을 보면 작품들이 보다 나은 세계를 만들어나가는데 얼마나 기여해왔는지가 평가 기준이 됐다”며 “하루키의 경우 다소 몽상적인 작품이나 흥미위주의 작품이 중심이었기에 당장은 수상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루키의 대표 저서로는 영미권과 유럽에 일찍이 소개돼 하루키 붐을 일으킨 ‘노르웨이의 숲’과 인간의 근원적 명제인 삶의 의미와 가치를 이야기했던 ‘해변의 카프카’ 등이 있다.
 
하루키 외에도 해외에서는 케냐 독재 정권을 비판하고 아프리카 탈식민주의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 받는 응구기나 최근 시리아 내전과 맞물려 떠오르고 있는 아도니스,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인 필립로스 등에 주목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대표 저서로는 영국의 식민지배 속 삶의 터전을 뺏긴 케냐인들의 아픔을 다룬 응구기의 ‘울지마, 아이야’와 아랍과 이슬람의 한계들을 뛰어 넘어 인류 보편의 문제를 다룬 아도니스의 시집 ‘바람 속의 잎새들’, 팍스아메리카나의 위상에 취했다가 베트남전쟁으로 비극을 맞는 미국 역사를 배경으로 한 필립 로스의 ‘미국의 목가’ 등이 있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사진/뉴시스
 
‘고은 가능성’도 다시 고개 들어
 
쟁쟁한 후보들 속에 우리나라 고은 시인의 수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10일 래드브록스에 따르면 고은 시인은 배당률 14대1로 노벨문학상 후보 6위에 올랐다. 지난달 중순 배당률 33대1로 11위였다가 이달 초 13위로 떨어졌지만 발표를 이틀 앞두고 다시 일곱 계단이나 뛰어 올랐다.
 
이미 앞서 지난주부터 일본 일부 언론들은 고은 시인의 수상 가능성이 하루키보다 클 것이라는 보도도 내놓고 있다.
 
지난 4일 마이니치신문은 스웨덴 현지언론인들의 말을 인용, “하루키의 소설은 심사위원들로부터 가볍다고 인식되고 있다”며 “현재 위원들은 시인이나 단편작가의 수상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으며 아도니스, 고은, 응구기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고은 시인의 수상 가능성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국내 문인들도 제 각기 다른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노경실 한국작가회의 청년분과 위원장이자 아동문학작가는 “당연히 우리 역사와 문학적 업적을 고려해봤을 때 고은 선생님이 노벨상을 수상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매년 베팅사이트가 순위를 정하는 것에는 큰 의미부여를 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봉옥 서울디지털대 대외부총장 겸 시인은 “실제로 고은 선생님은 노벨상을 10번이라도 받아야할 분인데 항상 최종심의에서 떨어져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세계 문학 평론가들 역시 문학적 역량으로 따지면 하루키보다 고은 선생님이 뛰어나다고 여기기에 올해는 꼭 한 번 받으리라 예상해본다”고 전망했다.
 
고은 시인의 대표 저서로는 1986년 이래 25년 만에 4001편의 시로 완간한 ‘만인보’가 있다. ‘시로 쓴 인물 백과사전’이라고 불리는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시작으로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살가운 입담을 들려준다.
 
이외에 저자의 주요 시 240편을 묶어 엮은 ‘마치 잔칫날처럼’과 등단 50주년을 맞아 신작 107편을 묶어 펴낸 '허공' 등도 대표적인 작품이다.
 
한국의 고은 시인. 사진/뉴시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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