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경직된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침체된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명분하에 발의된 정부·여당의 노동관련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법 등이 여전히 답보상태에 놓여있다. 이들 법안이 여야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또다시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 24일 시작된 예산안 정국에서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파견근로법 등 이른바 '노동4법'의 통과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여야 간 이견이 큰 데다, 여대야소였던 19대 국회에서도 야당의 반대에 밀려 폐기된 법안들이 20대 국회의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통과될 수 있을지 우려가 잇따른다.
노동4법은 새누리당이 지난 6월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1호 당론법안으로 발의한 최대 ‘주력법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경직된 노동시장을 개혁하려는 노동개혁 법안들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깊은 잠에 빠져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초 노동법은 총 5개였다. 당초 노동4법 외에 기간제·단시간근로자 보호법안이 포함돼 있었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비정규직법안’으로 통칭되며 여당과의 이견이 극심했던 이유로 박 대통령이 올해 초 기간제법은 제외하기로 했다.
기간제법을 제외했지만 노동4법 처리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4개 법안 중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안은 여야 간 이견을 다소 좁힌 상태이지만 파견법은 여야가 첨예하게 맞선채 제자리 걸음 중이다.
파견법은 55세 이상 고령자와 주조·금형·용접 등 뿌리산업 종사업무에 대해 파견 허용을 확대하자는 내용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중소기업 등 취약업종의 인력난 해소, 중장년 근로자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이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과 노동계는 뿌리산업으로까지 파견직이 허용되면 비정규직만 양산될 것이라며 노동4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불안정한 일자리만 늘리는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며 비판의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당도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민주당과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등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출퇴근길 사고 등 재해를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산업재해보상보호법, 실업급여를 인상하되 수급조건을 강화하는 고용보험법은 비교적 쟁점은 적지만 구체적인 조항들을 두고 이견이 엇갈려 향후 여야 논의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과 규제프리존법 역시 침체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이 역시 야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서발법은 서비스산업을 바탕으로 성장잠재력이 높은 유망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서비스업에 의료부문이 포함되는 한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칫 의료민영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민의당도 ‘원격의료’ 등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해 서발법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서비스산업의 핵심 분야 중 하나가 의료부문이기 때문에 이를 제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규제프리존특별법은 지역별 전략산업에 맞게 규제특례를 부여하는 법안이다. 새누리당이 20대 국회 들어 당론으로 낸 법안 가운데 처리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법안이기도 하다. 지난 5월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 등 125명이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야권에서 국민의당 김관영·김동철·장병완 의원 등도 서명에 동참했다.
이 법안은 규제프리존 내에서 지역전략산업을 육성해 지역의 성장기반과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고자 하는 취지로 발의됐다. 규제프리존은 지역별 특성에 맞는 지역전략산업의 육성을 위해 규제특례가 적용되는 구역을 말한다.
이외에도 국무총리실에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설치해 청년업무를 총괄적으로 관리하자는 내용의 청년기본법과 보안업체 등 민간에서 해킹 사고 발생 시 즉각 악성코드 정보를 공유하도록 의무화해서 악성코드 확산을 방지하는 사이버테러방지법도 정부·여당의 중점 추진 법안이다.
또한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기준을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안 등 기업 활동의 규제를 풀어주는 법안들이 새누리당의 재추진 법안 목록에 포함돼 있다. 여기에 법안을 발의할 때 재원조달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과 규제영향분석의 의무 제출을 강조한 점이 포함된 국회법 개정안 등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5월 이들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뒤 “19대 국회는 규제프리존법 서비스발전법 등 각종 경제활성화법안과 청년일자리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것은 국회가 경제와 청년을 외면한 것”이라며 “20대 국회는 달라져야 하며, 국회가 안보를 튼튼히 하고 일자리 만드는데 힘써야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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