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직장인 안본아(25)씨는 "연말에는 저축은행 금리가 높아진다"라는 말을 듣고 얼마전 시간을 내 명동의 한 저축은행을 찾았다. "작년에 1년 만기 적금 금리가 8%까지 간 은행도 있었다"는 말을 듣고 은행을 찾았지만 금리는 겨우 5%후반. 강남 영동지역 저축은행도 6%대였다.
안 씨는 "저축은행 금리가 시중은행보단 1%정도 높지만 생각보다 큰 메리트(장점)가 없는 것 같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 자금 사정 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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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예금 |
정기적금 |
2008년 |
6.20% |
7.20% |
2009년 |
4.94% |
5.57% |
차이 |
1.26% |
1.63% |
◇ 12월 1일 기준 저축은행 평균 금리(1년만기)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작년 12월,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적금 평균 금리는 6~7%였고 8%대인 은행도 있었다. 경기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미분양, 공사 중단 등으로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었고 저축은행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방식으로 건설사에 투자한 자금 상당수의 회수 여부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자금 회수가 어려워 은행 부실화 우려가 제기되자 저축은행들은 경쟁적으로 금리 인상을 통해 수신 확보에 나섰다.
PF부실 대출 채권은 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1조7000억원치를 매각했고 5년 이상 만기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금 흐름도 다시 안정세를 찾게 됐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작년에는 다들 어려워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렸다"며 "올해 연말은 경제 사정이 나아져 현재는 굳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 감독 당국 규제
금융당국 규제도 저축은행 금리 인상을 간접적으로 막고 있는 상황.
올해 하반기부터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대출이 크게 늘자 금융당국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지난 9월 이후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했다. 그러자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이 늘었다.
실제 지난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중 가계신용동향'에 따르면 일반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은 2분기 8조2000억원에서 3분기 4조7000억원으로 40%가량 줄었다. 반면 저축은행, 신협 등 비은행 금융기관은 3조원에서 5조5000억원으로 대폭 커졌다.
감독당국은 결국 10월에 제2금융권에도 칼을 들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DTI규제를 지난 10월 12일부터 제2금융권에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의 주요 대출 상품이었던 '아파트론' 등 주택담보대출은 '된서리'를 맞았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일반적으로 수신이 많고 여신이 적은 편이라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며 "규제로 대출은 줄었는데 지나치게 돈이 많이 몰리면 '비용고객(이자지급을 많이 해줘야 하는 고객)'만 늘게 돼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 고금리로 올해말 만기가 끝나는 예적금 고객의 경우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이상 다시 저축은행으로 들어온다"고 말했다.
◇ "언젠간 금리 다시 오를 것"
작년에 비해 저축은행 금리가 하락하지만 시중은행 금리는 오르고 있다. 신상품 출시, 환매된 펀드 자금의 유입으로 시중은행의 수신 경쟁이 격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인수합병을 앞두고 있는 은행들은 자산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
시중은행 중 4%대 금리는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기업은행은 아예 5%대 금리를 제시하기도 했다(인터넷 정기예금). 일부저축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저축은행 금리가 다시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1인당 3000만원 이하 예탁금 고객에 대해 내년부터 이자소득 비과세가 적용될 예정이라 실질적인 금리 인상 혜택을 고객에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시중은행과 금리차가 지나치게 줄면 쉽게 예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업체간 경쟁이 아니라 서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 같다"며 "경기가 회복되고 대출 수요가 많아지면 저축은행 금리는 다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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