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의혹과 관련해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을 압수수색하고 있는 가운데 취재진들이 대기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삼성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 연루 의혹으로 곤경에 빠졌다. 강제 모금 대상에 오른 피해자 신분이 아니라 대가성 지원 의혹을 받는 공모자 혐의로 검찰의 수사망에 올랐다. 삼성이 최씨 모녀에 대한 35억원 특혜 지원 의혹이 불거져, 검찰이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8일 오전 삼성 서초 사옥에 들이닥쳤다. 이 건물 27층에 있는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승마협회 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의 사물실과 그의 자택 등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삼성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받은 곳 외에는 전과 다름 없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했다”며 “조사과정에서 소명해 검찰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삼성 서초 사옥이 압수수색 당한 것은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8년만이다. 삼성 계열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은 현 정권 들어 다수 있었다. 2013년에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이, 2014년에 삼성물산이 개별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국세청 세무조사도 받고 있어 사정 압박이 중첩되는 상황이다. 5년마다 이뤄지는 정기적인 세무조사 성격으로 전해졌지만 2011년 조사 결과 4700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를 수습하기도 전에 악재가 거듭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승마협회 회장사로 최씨와 딸 정유라씨를 특혜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최씨 모녀 소유의 독일 비덱스포츠와 현지 승마대회 참가 후원 목적의 컨설팅계약을 맺고 280만유로(약 35억원)를 건넨 정황이 포착됐다. 이 과정에서 박 사장이 직접 독일로 건너 가 최씨를 만나고 지원금액 등을 협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이날 한국마사회와 승마협회 등도 압수수색했다. 두 단체는 사실상 정씨를 후원하는 2020년 도쿄올림픽 승마 지원 로드맵을 작성한 의혹이 있다. 여기에 회장사인 삼성전자가 4년간 186억원을 후원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향후 박 사장 등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삼성은 계열사를 동원해 미르·K스포츠재단에도 출연기업 중 가장 많은 204억원을 냈다. 검찰은 돈을 낸 경위와 대가성이 있었는지 혐의 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재단 출연 기업들은 강제 모금을 당한 피해자처럼 비춰지기도 했으나, 삼성의 경우 추가 지원한 정황이 들춰지며 집중 수사를 받게 됐다. 대가를 바라고 자금을 제공한 증거가 확보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비슷한 유형의 기업 모금 행위에 대해 포괄적 뇌물죄가 성립됐던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사건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도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뇌물죄의 경우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재단 모금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이 비공개 면담을 한 경위도 조사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와 관련 박 대통령, 최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뇌물죄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피고발인엔 이재용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 7명도 포함됐다. 검찰이 진술 확보를 위해 이 부회장을 직접 불러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올라 책임경영 의지를 내비친 이 부회장이 이번 이슈에 어떻게 대처할지도 주목된다. 갤럭시노트7 사태 수습은 표면적으로 모바일 사업부에 맡겼지만 이번 사건은 자신도 연관됐다. 이 부회장은 최근 프린팅솔루션사업부 분할법인 설립 보고 안건을 다루는 이사회에 참석한데 이어 미국 인공지능 개발기업 비브랩스 경영진을 만나 운영 방안을 논의하는 등 사업적으로는 활발한 행보를 보인다.
한편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재단에 출연금을 낸 53개 기업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향후 조사 과정에서 기금 출연과 함께 부정한 청탁 사실이 입증될 경우 기업들에게도 뇌물죄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